유럽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진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이 2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에서 내놓을 재정위기 해법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는 국채 매입 등 위기 해법을 둘러싸고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와 옌스 바이트만 독일중앙은행 총재의 일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독일 측은 ECB의 시장 개입에 반대입장을 재차 밝히면서 경기부양을 기대하는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에 따라 이날 통화정책회의가 난항을 겪을 경우,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 해법은 다시 표류할 위기에 놓이게 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의 바이트만 총재가 ECB가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본연의 기능에서 월권하지 마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바이트만은 분데스방크 웹사이트에 이날 게재된 회견문에서 “유로존 지도부가 ECB에 경기부양, 일자리 창출, 은행 시스템 안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ECB의 능력을 과대평가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분데스방크가 유로존 내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중앙은행이기에 ECB정책에 역내 다른 중앙은행보다 더 간섭할 권한이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트만의 회견은 ECB의 통화정책회의를 하루 앞두고 분데스방크 웹사이트에 게재됐다. 분데스방크는 2일 통화정책회의를 겨냥한 것은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ECB와 분데스방크가 시장개입을 둘러싸고 팽팽히 맞선 시점에서 발표됐다는 점에서 분데스방크가 드라기총재에 반기를 들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바이트만의 발언은 독일의 부총리 겸 경제장관인 필립 뢰슬러가 유로존 상설 구제금융기구인 유럽안정화기구(ESM)에 은행 면허를 주고, ESM이 ECB로부터 직접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방안을 반대한다고 일축한 것과도 시기가 겹친다.

독일의 이같은 입장은 드라기 총재의 행보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드라기 총재는 최근 유로존을 지키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표명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국채 매입 재개, ESM 은행면허 부여 등 적극적인 시장개입 신호로 받아들였다.

이와 관련,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이날 드라기 총재가 유로존 재정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ECB와 유로안정화기구(ESM)를 통해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를 매입하는 계획을 밝힐 것이라고 보도했다. 뮌헨에서 발행되는 이 신문은 드라기가 ECB와 ESM이 함께 나서 국채를 매입하는 계획을 갖고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면서 ECB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국채 매입재개를 지지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독일 정부가 ‘원칙론’을 되풀이하면서 드라기 총재의 발언이 실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미국경제전문채널 CNBC는 1일 에드 야르데니 야르데니리서치 사장을 인용해 “드라기의 발언은 스페인 국채금리를 안정시키고자 한 즉흥적인 발언”이라면서 “분데스방크가 ECB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 부양책 시행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