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유럽 재정위기가 예측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는 가운데, 영국 경제가 3분기 연속 위축돼 유례없는 침체에 빠져들었다. 이에 따라 영국이 최고 신용등급인 AAA를 상실할 가능성도 커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영국통계청은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0.7%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5일(현지시간) 밝혔다.

영국은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에 -0.3% 성장률을 연속 기록해 2009년 이후 처음으로 경기침체에 돌입한 바 있다. 영국 통계청은 긴축재정에 따른 건설 부문 생산이 위축돼 경제 성장률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주요 외신들은 영국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더블딥(이중경기침체)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올해 정부 지출이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늘었는데도 이같은 결과가 나오자 시장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 영국이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면서, 최고 신용등급인 AAA를 상실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무디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와 피치 등 세계 3대 신용 평가사는 영국에 AAA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무디스는 지난 2월 신용등듭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춰 등급 강등 가능성을 경고했다. S&P도 지난 4월 신용등급전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도 “중기 성장이 지금 예상하는 것보다 악화돼 등급 강등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베어링 애셋 매니지먼트의 앨런 윌더는 FT에 “2분기 실적이 충격적”이라면서 “신용 평가사들이 이 때문에 등급 강등을 서두를지 모른다”고 말했다.

JP 모건 애셋 매니지먼트의 닉 가르트사이드도 “영국도 위험해 보인다”면서 “지금의 등급과 안전 투자처 위상이 비정상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영국이 등급이 강등돼도 큰 충격이 오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영국중앙은행(BOE)이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으며, 유럽재정위기로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자금이 여전히 영국 국채를 선호하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S&P가 지난해 미국의 AAA 등급을 박탈해도 미 국채 수요가 여전하다는 점도 상기시켰다.

한편, 영국은 올해 성장률 목표를 0.8%로 잡고 있어 하반기에는 재정지출 확대 등 경기 부양 조치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BOE는 이달초 경기 부양을 위해 500억 파운드(약 88조원)를 시장에 추가 투입하는 양적 완화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