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9년전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구명운동’과 관련, “이 일에 대한 비판과 지적을 겸허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이겠다”면서 잘못을 인정했다.
안 원장은 지난 2003년 4월 최 회장에게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브이소사이어티(V-SOCIETY)’의 일원으로 함께 제출했다. ‘브이소사이어티’는 재벌 2ㆍ3세와 벤처 기업인들의 모임으로, 이들은 “최 회장이 국가의 근간산업인 정보통신, 에너지 산업을 부흥시켜 왔다”며 “모든 책임을 지더라도 기업을 살려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는 그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안 원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10년 전의 그 탄원서 서명에 대해 당시에도 부담을 느꼈고, 내내 그 일이 적절한 것이었는지 생각해 왔다”면서 “인정에 치우칠 것이 아니라 좀 더 깊이 생각했어야 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또한 안 원장은 “대한민국 대기업들은 한국 경제에서 역할을 해 온 것은 사실이나, 그 역할과 비중에 걸맞은 책임을 다 하지 못했다”며 “누구든 법을 어기면 공정하게 처벌받고,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당시 최 회장은 1조5000억원대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 받은 뒤 같은 해 9월 보석으로 풀려났으며 2008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된 뒤 8ㆍ15 특별사면을 받았다. 최 회장의 사례는 재벌 총수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 안 원장은 “2003년 당시 브이소사이어티 회원으로 전체 회원 명의로 법원에 제출되는 탄원서에 서명한 일이 있었다”며 “당시 회원인 최 회장이 구속되자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하자는 의견이 제기됐고, 전체가 참여하기로 했었다”고 당시 상황을 해명했다.
한편 최 회장 구명운동에 동참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안 원장이 ‘안철수의 생각’을 통해 강조한 ‘재벌개혁’ 메시지와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안 원장은 책에서 ‘삼성동물원과 LG동물원을 넘어’라는 장(章)에서 “기업주가 전횡을 일삼거나 주주일가의 사적 이익을 추구한다면 그건 범죄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행위가 법률과 제도적으로는 처벌 대상이 되는데 지금까지 행정·사법부가 입법 취지대로 집행하지 않은 것이 문제이다. 이런 것이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법치에 대한 불신과 우리 사회가 정말 불공평하다는 절망감을 낳았다”고 기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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