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도만 낮춰도 실내기온 하락 효과 비싼 에어컨 대신해 판매 급증 선풍기와 패키지 구매도 증가
긴 여름에 잦은 게릴라성 폭우 한반도 기후변화도 한 요인
제습기가 웃고 있다. 경기 불황으로 가전 분야 거의 모든 제품이 지난해보다 판매가 줄었지만 제습기만이 나 홀로 폭발적인 판매 증가세다. 불황에 에어컨보다 상대적으로 싼 제습기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 일차적인 판매 증가의 이유지만 아열대화되는 한반도 기후와 건강한 생활에 대한 소비자 욕구 증가가 ‘제습기’를 계절가전이 아닌 ‘생활가전’으로 변모시키기 시작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국내 제습기 시장의 절반을 점유하고 있는 LG전자의 경우 올 들어 6월까지 제습기 판매량이 지난해의 배를 넘어섰다. LG전자 관계자는 “공급량이 시장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최근 무더위가 본격화되고 있어 판매량이 더 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른 회사도 마찬가지. 지난달 12일 처음으로 제습기를 출시한 위니아만도는 딱 한 달 만에 6000대의 제습기를 판매했다. 위니아만도 관계자는 “애초 예상보다 50% 이상 더 판매되고 있다”면서 “생산라인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습기 판매가 급증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불황에 허리띠를 졸라맨 소비자들이 200만원대에 달하는 에어컨 대신 30만~40만원대의 제습기와 선풍기 조합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습기를 사용해 습도만 낮춰도 훨씬 덜 덥게 체감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이마트 등 주요 가전 양판업체들도 ‘제습기+선풍기’ 형태의 패키지로 판매를 많이 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불황이 제습기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기후 변화로 습하고 무더운 여름이 9~10월 초까지 길어지면서 일회용 ‘제습제’ 대신 아예 흡수 능력이 훨씬 뛰어난 ‘제습기’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위니아만도 관계자는 “젊은 직장인, 맞벌이 부부 등 1~2인 가구에서 제습기 구매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출근해서 집을 비운 사이에 제습기를 가동하는 방식으로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불빨래나 옷장 정리 등이 좀처럼 쉽지 않은 싱글족이나 젊은 맞벌이 부부들이 빨래를 말릴 때나 출근 시 이불장ㆍ옷장의 건조용으로 제습기를 가동하는 경우도 많다.
건강에 관심이 많은 젊은 주부들에게도 인기다.
몇 시간 가동으로 제습기에 딸린 6~10ℓ들이 물통에 수분이 가득 차는 것을 보면서 주부로서, 어머니로서 ‘집 안이 더 쾌적해졌다’는 만족을 느끼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덕분에 여름철뿐만 아니라 연중 판매량 자체가 늘고 있는 추세다. LG전자 관계자는 “올 들어 1~4월에도 제습기의 판매량이 예년보다 더 높았다”면서 “계절가전 차원을 넘어 생활가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홍승완 기자> /swan@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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