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얼떨떨하네요. 기쁘긴 한데…”
2년을 내리 한국 최고의 소믈리에로 뽑힌 사람 치고는 반응이 뜨뜻미지근하다.
이승훈 소믈리에는 우승을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얼떨떨한 기분이 드는 것 같다고 했다. 우승 기대는 커녕 올해 대회는 참가할 생각도 없었다. 그러나 역대 우승자였던 선배들이 “우승한 지 오래되서, 이제는 대회에 다시 참가하기 부담스럽다”고 입을 모으는 것을 보고 지금이 다시 도전할 적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배들 얘기를 듣다 보니, 대회가 소믈리에를 얼마나 크게 성장시키는 계기가 되는지 다시 생각해보게 됐어요. 저만 해도 2008년부터 꾸준히 대회에 참여하면서 많이 배웠거든요”.
우승자의 재도전에 쏟아진 관심이 부담스러웠지만, 몰랐던 부분을 다시 배우자는 심정으로 대회에 참가했다. 그는 오히려 마음을 비우니 결선 무대의 까다로운 손님들이 뭘 원하는 지 보이는 것 같더라고 전했다. 그는 식전주로 나온 와인 설명하기, 메뉴에 어울리는 와인 추천하기 등 과제에서 풍부한 지식을 거침없는 달변으로 쏟아내 눈길을 끌었다. 서비스란 마음이 통해야 하는 것이고, 아는 것을 최대한 제공해 주다 보면 손님과 마음을 통하는 것이 더 수월해 진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부담을 덜어내고 손님들과 마음껏 소통하다 보니, 우승이 다시 그의 차지가 됐다. 대회 2연패는 이승훈 소믈리에가 처음인데다 유명 호텔 출신도 아닌, 지방(부산) 출신의 소믈리에라는 점도 이례적이다.
그는 지방에 있다는 ‘오기’가 오히려 와인 공부의 원동력이 됐다고 전했다. “2008년 대회 참여를 처음 준비할 때만 해도 아무런 정보가 없어서 선배들을 많이 찾아다녔어요. 그 때 선배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이미 서울과 부산의 차이도 상당한데, 나가봤자 안되는 도전’이라는 말이었어요. 그 말을 들으니 더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2008년 첫 도전, 2009년 두번째 도전 등을 거듭하던 중 2011년 드디어 첫 우승의 영예를 안게 됐다. 그가 도전을 거듭하는 동안 와인 문화도 성장해, 이제는 그의 와인 레스토랑에 찾아오는 손님들이 사인을 요청할 정도로 유명세를 누리게 됐다.
이번 대회는 아내인 이수정 소믈리에도 5위 안에 입선하는 성과를 거둬 더욱 뜻깊다. 이수정 소믈리에는 서울 유명 호텔에서 소믈리에에 대한 꿈을 키우다 이승훈 소믈리에와 결혼하면서 남편의 권유를 받고 부산으로 내려와 항상 그의 곁을 지켰다. 이승훈 소믈리에는 “내가 그 때 아내의 꿈을 꺾은 게 아닌가 하는 미안한 마음을 항상 갖고 있었는데 이번에 그 빚을 좀 씻은 것 같아요”라며 웃었다.
이승훈 소믈리에는 앞으로도 부산에서 소믈리에로 성장하고 싶은 후배들을 도울 것이라고 전했다.
“제가 처음 대회에 나갔을 때만 해도, 부산 지역 소믈리에들이 대회에 관심이 없었어요. 요즘은 대회에 관심 있는 후배들도 많고, 와인 공부를 더 잘 하고 싶다고 찾아오는 지원자들도 많아요. 크게 성장한 소믈리에들도 무조건 서울로 가려고 하지 말고, 지역에서도 와인 문화가 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kate01@heraldm.com <사진제공=프랑스농식품진흥공사(SOPEX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