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익스포저’(Love Exposure: espionnage sous la jupe)(하)
일본에서 팬티는 성적 환상 훨씬 이상의 것을 의미한다. 이 물건은 한 국가가 겪은외상 충격, 또 일본이란 국가가 치유에 아직 성공하지 못한 자기애적인 깊은 상처를상징하기도 한다. 봉건시대 일본은 250년 동안 고립주의를 고수한 후 미국, 프랑스,영국, 네덜란드의 선박들에 항구를 열어주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은 외국의 침입을마치 강간처럼 받아들였다. 서구의 ‘야만인들’은 경멸과 편견을 가지고 일본 땅에 내렸다. 서양인은 일본인을 이해하려 들지 않았다. 교차로에는 어김없이 남근과 음부 조각들이 세워져 있고, 같은 탕 안에서 남녀가 벌거벗고 함께 목욕하며, 기모노 속에 팬티를 입고 있지 않은 여성들을 그들은 이상스럽게 여겼다.
팬티는 20세기 초 서구의 다른 풍습들과 함께 일본에 전해졌다. 따라서 팬티는 근대성, 순결 그리고 그로부터 파생된 개념들인 좌절감, 수치심, 관음증 등을 동시에 내포한다.
팬티 속에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전형적인 일본 취향과 죄에 대한 전형적인 유대?이슬람?기독교적 취향이 뒤섞여 있다. 때문에 일본에서 팬티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와 정반대로 소노 시온이 짐짓 무심한 척하면서 육체와 신성한 것사이, 욕망과 감춰진 것 사이의 관계에 대해 성찰하는 영화 속에서 팬티가 중심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사람들은 도달할 수 없는 것만을 갈망한다는 얘기일까? 우리들의 리비도는 금기로 자양분을 공급받고 있지 않은가? 과연 사랑이 위험을 수반하지않고도 적나라해질 수 있을까?
‘러브 익스포저’ 시사회는 감독이 배석한 가운데 2월 5일 저녁 8시15분에 생드니 소재 시네마 레크랑(Cinema l’Ecran)에서 열렸다. 시네마 레크랑은 생드니의 카케 광장에 있다.
이 시사회는 2월 3일부터 9일까지 개최되는 제10회 디오니소스영화제의 일환이다. 올해 영화제의 주제는 ‘남자들은 그런 식으로 사는가?’이다. 제10회 디오니소스영화제는 신들에 대한 이야기로 충만하다.
19세기 말에 영화가 처음 등장했을 때, 그리고 그와 전후해 프랑스에서 정치와 종교의 분리가 이루어질 무렵 종교단체들은 영화를 ‘악마의 발명품’으로 규정했다. 때는 철학자 니체가 신의 죽음을 선포한 시기이기도 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라’란 타이틀을 내세운 제10회 디오니소스영화제는 영화가 인간의 신비스럽고도 종교적인 차원과 맺고 있는 밀접한 관계에 대해 질문을던지고 있다. 하늘을 향해 눈을 쳐든 채 땅 위에 발을 디디고 있는 인간이 그 대상이다.
시간이나 장르 구분이 없는 70개 이상의 영화를 통해, 또 시민단체 대표자들과의 만남을 주선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라’ 행사는 절대에 대한 탐색,실존적 탐구, 신비주의, 다양한 방향전환을 꾀하는 인간 신앙의 여러가지 모습들을 소개한다.
‘신도 거장도 없는 밤’을 절대 놓치지 말 것. 켄 러셀(Ken Russel)의 ‘악마들’, 조엘세리아(Joel Seria)의 ‘악으로부터 우리를 해방시키지 마소서’, 노리푸미 스즈키(NorifumiSuzuki)의 ‘신성한 짐승의 수도원’, 지안프랑코 민고찌(Gianfranco Mingozzi)의 ‘환속한 여인 플라비아’가 연이어 상영된다.
‘자살 클럽’도 놓쳐서는 안 된다. 일본 감독 소노 시온은 ‘자살 클럽’ 덕분에 유명해졌다. 영화의 첫 장면은 폭발적인 효과를 낳고 있다. 혼잡한 1시에 야마노테 선의 신주쿠 역에서 54명의 여고생이 지하철승차장 노란선 뒤에 줄을 서 있다가 열차가 역으로 들어오는 순간 동시에 몸을 던진다.
(이미지는 소노 시온의 영화 ‘자살 클럽’) 글=아녜스 지아르(佛칼럼니스트), 번역=이상빈(문학박사ㆍ불문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