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중심이었던 K-팝 시장의 지형도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올해 상반기 디지털 음원시장은 아이돌 그룹들의 활약이 미비한 가운데 솔로, 신인들이 두각을 나타냈다. 또한 디지털 음원시장은 기존 가요계 ‘빅3’ 기획사(SM, JYP, YG)에서 탈피해 다양성을 띠기 시작한 점도 눈에 띈다.
올해 상반기 음원차트 상위 10위권을 살펴봐도 절반 이상은 솔로 가수이거나 밴드, 힙합 가수가 포함돼 있다.
먼저 이중 버스커버스커를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Mnet의 ‘슈퍼스타K3’의 준우승자였던 3인조 밴드 버스커버스커는 올 초 정식 데뷔 앨범을 발매했고, 이 앨범의 수록곡들 대부분은 공개와 동시에 국내 주요 음원 차트를 ‘싹슬이’ 할 정도로 파란을 일으켰다. 특히 타이틀곡인 ‘벚꽃 엔딩’은 가온차트 상반기 4위에 오를 만큼 음원 성적도 두각을 나타냈다.
무엇보다 버스커버스커의 등장은 아이돌 일색이던 가요계에 충격파를 던지기에 충분했다. 복고풍의 이들의 음악은 최근 대중문화계의 중심 소비층으로 부각하고 있는 ‘90세대’의 코드와 맞물려 가요계 소비층을 넓히는데 일조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화 ‘건축학개론’ 등의 흥행에 힘입어 30, 40대 향수를 자극한 점도 버스커버스커의 성공에 일조했다.
가요계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솔로 여가수 에일리의 등장이다. 올 초 ‘Heaven(헤븐)’이란 곡을 들고 나온 에일리는 비록 1위에 오르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했지만 각종 차트 상위권에 꾸준히 머물면서 상반기 5위에 오르는 등 가장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여줬다. 에일리는 예쁘장한 외모와 섹시한 춤이 아닌 가창력을 먼저 인정받았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또한 힙합계 ‘작은 형’ 뻘인 다이나믹 듀오, 리쌍 그리고 버벌진트의 활약은 올 상반기 가요계 또 다른 흐름이다. 마이너 장르로 취급받아 오던 힙합은 이제 댄스, 발라드 장르와 견줄 정도로 우리 가요계 중심축으로 자리잡았다고 볼 수 있다.
케이윌이나 세븐, 존박, 박진영 등은 솔로 남자가수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특히 오랜만에 가요계로 컴백한 세븐이 기존 아이돌 그룹들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았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존박 역시 데뷔 앨범으로 ‘여심(女心)’을 사로잡으며 자신만의 음악적 영역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밖에도 음원 최강자로 떠오른 티아라를 비롯해 ‘나혼자’ 열풍의 주인공 씨스타와 소녀시대 첫 유닛그룹인 태티서, 다비치 등이 상위권에 포함되며 그나마 ‘걸그룹 파워’를 이어간 반면 샤이니, 앰블랙, 인피니트, 틴탑, 유키스 등 해외에서 K-팝 한류스타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보이그룹들은 상반기 음원차트 상위 30위권 내에 포함되지 못했다.
가온차트 팀장/dheehong@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