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국가신용등급 3단계 강등 구제금융 우려 일파만파 스페인, 은행권 자금지원 요청 ESM지원은 법률문제가 걸림돌 형평성 논란…獨·英 반발도 거세 지원방안 놓고 각국 다른 셈법만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스페인 국가신용등급을 3단계 강등한 가운데, 스페인 해법을 두고 유럽 각국의 셈법이 엇갈리고 있다. 스페인은 7일(이하 현지시간) 국채 발행으로 급한 불을 껐지만, 조달금리는 여전히 높아 구제금융 우려가 증폭된 상황. 스페인 금융위기가 장기화되면서 실물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걱정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은 스페인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이견이 팽팽해 갑론을박 중이다.
현재 스페인은 국가에 대한 구제금융 신청이 아니라 은행권에 직접 자금을 지원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유로존 내에서 스페인 해법으로 거론된 방안은 유로안정화기구(ESM)의 스페인 은행권 직접 지원, 은행동맹 등이 있다.
우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다음달 1일 출범할 유로존 상설 구제금융기구인 ESM이 스페인 은행권에 직접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얀 케이스 드 예거 네덜란드 재무장관은 7일 스페인이 원할 경우 ESM의 대출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ESM의 직접 지원이 실현된다면, 스페인은 정부부채 증가 없이 신속하게 구제조치를 취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법률상 문제가 뒤따른다. 현재 규정으로는 ESM은 유로존 회원국 정부에만 대출이 가능하다. 따라서 은행권 자본확충 용도로 이용하려면 ESM 관련 규정 일부를 개정해야 한다.
장 클로드 융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이 스페인 금융권을 도와줄 용의가 있다고 밝히면서도 은행에 대한 직접 대출 가능성에 대해 ‘법률적인 문제’라며 언급을 거부한 것도 이 때문이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가 제안한 은행동맹도 대안이다.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ESM 등이 은행권에 직접 자금을 지원해 은행 부실에 대한 책임을 유로존 공동으로 떠안는 것이 골자다. 이 방안은 유럽중앙은행, 프랑스, 이탈리아 등이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독일과 영국 등의 반발도 거세다. 자국 금융산업을 보호한다는 이유에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 독일 은행업계가 “우리 고객 돈으로 다른 나라 은행 살릴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 언론은 스페인이 구제금융 신청을 거부하고 직접 지원을 요구한 데 대해 ‘꼼수’라고 비판하고 있다. 또 구제금융 조건으로 엄격한 긴축재정을 요구받은 그리스와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과의 형평성 논란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11일 스페인 은행 점검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IMF는 스페인 은행권 전체를 지원하는 데 필요한 규모를 900억유로로 추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권도경 기자> /kong@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