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버튼과 8번째 만남 ‘다크 섀도우’…무디스·이기 팝 등 60~70년대 추억의 명곡 또 다른 재미

여인이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했던가. 할리우드의 악동 팀 버튼 감독이 새로 내놓은 신작 ‘다크 섀도우’에선 여인의 한이 한 남자를 저주받은 뱀파이어로 만들고, 그가 사랑하는 모든 여인을 죽음의 낭떠러지로 떠민다. 사랑받지 못한 여인의 슬픔이 호색한의 바람기와 만나 팀 버튼 식의 기괴하고 기발한 코미디가 됐다. 톱스타배우 조니 뎁과 팀 버튼 감독의 만남은 ‘가위손’ ‘에드우드’ ‘슬리피 할로우’ ‘유령신부’ ‘스위니 토드’ ‘찰리와 초콜릿 공장’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이어 8번째다.

18세기 영국의 콜린스 가문은 영국에서 미국 북동부의 한 바닷가마을로 이주해 수산업으로 성공을 거두고 동네를 부촌으로 만든다. 가문의 일원인 바나바스 콜린스(조니 뎁)는 안 건드린 하녀가 없고, 마음에 드는 상대는 어김없이 잠자리로 유혹하는 바람둥이다. 그가 상대한 여인 중의 하나인 안젤리크(에바 그린)는 바나바스에게 사랑을 요구하지만, 콜린스에겐 하룻밤의 불장난이었을 뿐이다. 바나바스는 새로운 연인 조세트(벨라 헤스콧)를 만나 진정한 사랑에 빠지고, 질투와 분노에 휩싸인 안젤리크는 바나바스를 불멸의 뱀파이어로 만들고 그가 사랑하는 여인은 모두 죽게 되는 저주를 건다. 안젤리크는 마녀였다.

그리고 200년 후인 1972년. 우연한 발굴로 관에 갇혔던 바나바스가 깨어난다. 그가 마주친 세상은 영문 모를 것들로 가득차 있고, 번성했던 콜린스 가문은 쇠락해 후손들의 삶은 엉망진창이다. 마을은 콜린스 가문을 대신한 새로운 회사가 지배하고 있었으니, 그 주인은 바로 세월에 따라 변신에 변신을 거듭해 살고 있는 마녀 안젤리크였다. 바나바스는 흡혈 살인 행각을 하는 와중에도 가문과 기업을 일으키기 위해 나선다. 200년 전에 죽은 연인 조세트의 환생인 듯 똑같이 닮은 가정교사 빅토리아와 사랑에도 빠진다. 그러나 바나바스를 향한 연모가 더욱 강렬해진 안젤리크는 다시 한 번 불타는 질투에 눈 멀어 바나바스를 파괴하려는 음모를 꾸민다.

팀 버튼 고유의 어둡고 기괴하며 몽환적이고 웅장한 고딕풍의 영상은 여전히 화려하다. 공포와 코미디를 어울려 놓는 솜씨도 거장답다. 특히 200년의 세월을 건너뛰어 새로운 세상을 만난 바나바스가 맥도널드의 ‘m’자 로고를 보고 악마인 메피스토펠레스라고 하는 장면이나, 아스팔트 도로를 어루만지며 “이상한 땅”이라고 고개를 갸웃하는 대목, 밤중 헤드라이트를 켜고 질주하는 자동차를 가리켜 ‘악마 루시퍼’라고 하는 신 등 곳곳에서 유머가 빛을 발한다.

이 영화는 1966년부터 1971년까지 ABC를 통해 방영된 동명의 TV 시리즈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미국에선 90년대 말 이후 ‘버피’ ‘트루블러드’ ‘문라잇’ ‘엔젤’ ‘뱀파이어 다이어리’ ‘블레이드’ ‘블러드 타이즈’ 등 뱀파이어 드라마가 줄을 잇고 있으며, 하이틴 로맨스와 뱀파이어 장르를 결합한 영화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절정을 맞았다. ‘다크 섀도우’는 ‘트와일라잇’을 비롯한 다양한 뱀파이어 드라마를 떠오르게 할 뿐 아니라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레베카’나,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죽어야 사는 여자’같은 작품을 연상케 하는 장면들도 숨어있다. 한국 영화팬들이라면 하일라이트인 화재 장면에서 임상수 감독의 ‘하녀’가 생각날 수도 있다. 팀 버튼 감독은 ‘하녀’가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던 2010년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음악은 이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재미로 60년대 후반에서 70년대 초반의 명곡들이 작품을 장식한다. 무디 블루스의 ‘나이트 인 화이트 새틴’, 이기 팝의 ‘아임 식 오브 유’, 도노반의 ‘시즌 오브 더 위치’, 카펜터스의 ‘톱 오브 더 월드’, 배리 화이트의 ‘유어 더 퍼스트, 더 라스트, 마이 에브리싱’, 티 렉스의 ‘뱅 어 공’ 등이 사운드트랙으로 담겼다. 앨리스 쿠퍼는 ‘노 모어 미스터 나이스 가이’ ‘발라드 오브 드와이트 프라이’를 직접 출연해 부르고, 조니 뎁은 스티브 밀러 밴드의 ‘더 조커’를 자신의 목소리로 담았다. 1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이형석 기자/suk@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