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유도 취지 좋지만 살생부 논란 가라앉지 않을 듯
대기업 파상 압박 잣대 활용될 수 있어 재계는 초긴장
[헤럴드경제=김영상ㆍ원호연 기자] 동반성장 ‘판도라의 상자’가 마침내 열렸다. 후폭풍은 간단치 않아 보인다. 동반성장지수 우수, 양호 등급을 받은 대기업은 안도의 숨을 내쉬겠지만 보통, 개선 등급을 받은 기업의 표정은 심각하다. 특히 ‘개선’ 등급의 동반성장 꼴찌 기업들은 막대한 이미지 타격과 함께 향후 경영플랜에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 건강한 상생을 유도하고, 협력사와의 공생을 진전시킨다는 동반성장위의 취지는 좋지만 살생부 식의 동반성장 성적표 공개로 인해 ‘형식이 내용을 지배’하는 잘못된 상생문화로 연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꼴찌기업들 반재벌정책 집중 타깃될수도=유장희 동반성장위원장은 10일 동반성장지수 발표와 관련해 “동반성장 정책은 결코 대기업 줄세우기나 압박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동반성장은 거스를 수 없는 글로벌 트랜드라고 했다.
설득력 있어 보인다. 하지만 동반성장 하위권 기업들로선 유 위원장의 말에서 위로를 받을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이들 기업은 어쩔 수 없이 ‘협력사 등을 후려치는 기업’ 이미지를 얻을 수 밖에 없다. 이미지 타격은 매출과 향후 신사업 위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향후 기업정책, 대기업 정책과 관련해 이들 기업이 집중 타깃이 되면서 반기업정서의 도마위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동반성장 지수 발표가 일부 기업이 아닌 재계 전체의 ‘매운 이슈’가 되고 있는 이유다.
대기업 관계자는 “앞으로 새 국회의 파상적인 반재벌정책 공세가 예상되는데, 동반성장 꼴찌기업들이 두고두고 회자두면서 압박의 ‘기준점’이 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걱정”이라며 “이런 이유로 그동안 개선등급 발표는 안해줬으면 하고 요구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불통과 반기업정서의 주범으로 낙인 찍히면서 기업규제 정책의 터닝포인트가 올때마다 정부나 국회의 입에 오르내리며 대기업 압박에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이번 발표는 어쩔 수 없었다고 해도, 개선등급 발표는 대기업 줄세우기일 수 밖에 없어 총체적인 수정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개선 등급은 비밀로 해두고, 대신 잘한 기업들에게만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형식을 밟으면 동반성장에 대한 동기부여도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긴 등급, 문제점 없나=이같은 ‘대기업 줄세우기’ 논란을 의식한 듯, 동반위는 “개선등급으로 평가된 기업일지라도 아직 평가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다른 기업에 비해 월등히 동반성장에 대한 의지가 강한 기업”이라고 했다. 공정위나 동반위가 현장 조사가 가능한 범위내에서 하다보니 자율적으로 공정거래협약을 체결하는 등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기업 1841개사를 56개사로 솎을 수 밖에 없었고, 그렇다보니 56개중 하위권에 속한 것이지 숱한 기업들 중에선 비교우위에 있다는 것이다.
동반위에 따르면, 이번 지수는 2011년 평가기준(협약체결 당시 시행 기준)을 적용했으며 공정위 이행평가와 동반위 체감도 조사를 각각 평가 등급화한 후 이를 합산했다. 공정위 이행실적 평가는 대기업 제출 실적자료에 현장확인을 거쳐 엄정히 평가해 등급화했고, 동반위 체감도 조사는 총 5200개사를 직접 방문해 조사지를 수거하는 등 객관성 확보에 최대 신경을 썼다는 게 동반위의 설명이다.
하지만 대기업 측은 여전히 실적평가와 체감도 조사는 업종 특성상 상대적으로 매우 불리한 곳도 있을 수 있는 등 현재의 평가방법과 평가 기준은 개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이번 평가결과가 양호 이상으로 평가된 기업에 대해선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공정위는 우수등급 기업에 하도급분야 직권ㆍ서면실태 조사 1년 면제를, 양호 등급 기업엔 하도급분야 서면실태 조사 1년 면제의 혜택을 주기로 했다. 기재부는 공공입찰시 가점 부여를, 국세청은 모범납세자 선정시 우대를 추진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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