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 검찰이 ‘수사 피하기의 달인’ 박영준(55)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옭아매기 위해 면밀한 ‘투트랙’ 수사에 착수했다.

박 전 차관은 서울 양재동 복합유통단지 파이시티 인허가와 관련해 서울시 정무국장이던 2005~2006년은 물론, 2007년 청와대 재직시절 시행사인 파이시티의 이정배(55) 전 대표로부터 청탁과 함께 수억원을 받고 서울시 공무원 등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을 받고 있다. 박 전 차관은 심지어 청와대를 떠나 ‘야인’이 된 2008년 후반에도 청탁에 간여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검찰은 크게 박 전 차관에 대한 수사를 크게 ‘누구에게 얼마를 받아 어디에 맡기고 사용했는지’에 관한 ▷자금 흐름 부문, ‘누구를 상대로 로비를 벌여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지’에 관한 ▷로비 활동 부문 두 방향으로 나눠 진행하고 있다. 혐의 입증을 위해 저인망식 투트랙 수사를 선택한 것이다. 이를 통해 얻은 성과를 무기로 박 전 차관의 직접소환에 나설 방침이다.

대검 중수부(검사장 최재경)은 자금 흐름 수사는 밑단부터 차근차근 탄탄하게 진행되고 있는 모양새다. 우선 파이시티 이 전 대표와 돈을 중간에서 건네받은 브로커 이동율(61) 씨의 대질신문 등을 통해 박 전 차관에게 건너간 로비자금을 특정하기 위한 조사가 29일 이래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씨가 중간에서 수수료 명목으로 가로챘을 돈이 구체적으로 확인돼야 박 전 차관에게 실제로 전달된 금액 규모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박 전 차관에게 돈을 건넸다”는 진술은 일치하나 금액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29일 이동조(59) 제이엔테크 회장의 자택과 사무실 3곳을 전격 압수수색한 것도 자금 흐름 수사를 위한 것이다. 검찰은 박 전 차관의 금융계좌를 분석하던 중 박 전 차관이 이 전 대표에게 받은 돈을 이 회장에게 전달한 정황을 포착했다. 박 전 차관이 이 돈을 ‘영포라인’의 자금관리책으로 의심되는 이 회장에게 맡겨 비자금 성격으로 활용해 온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이 회장에 대한 소환 조사까지 이어진다면 박 전 차관이 브로커 이씨에게 받은 금액을 역추산하고, 구체적인 사용처를 확인하는 데 큰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검찰은 이 밖에도 의심되는 거래내역이 있는지 박 전 차관과 가족, 관련인들의 계좌를 계속 추적 중이다.

이 전 대표의 주장에 따르면 박 전 차관은 3가지 명목으로 수십차례 거의 정기적으로 금품을 받았다. 2008년 1월 브로커 이씨를 통해 아파트 구입 명목으로 10억원을 받은 것 외에도 서울시 정무국장 시절 수고비 명목으로 2000만~3000만원씩 이동율씨 통해 3, 4회, 서울시를 떠난 후인 2006~2007년에는 생활비 명목으로 매달 1000만원씩 받았다.

검찰은 이 같은 자금 흐름 수사와 병행해 서울시 관련인들에 대한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이는 박 전 차관이 서울시 로비에 관한 한 전담창구 같은 역할을 해온 정황이 포착된 데 따른 것이다. 여기서 구체적인 물증이 나와야만 박 전 차관의 알선 수재 혐의가 뒷받침될 수 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우선 박 전 차관으로부터 청탁성 전화를 받았다고 시인한 강철원(48) 전 서울시 정무조정실장에 대한 소환조사에 집중하고 있다. 강 전 실장은 최근 “형님(박 전 차관)에게 전화를 받은 적이 있으나 딱히 조치하란 내용도 없고 청탁성으로 느끼지는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이를 유력한 청탁 정황으로 보고 있다. 강 전 실장은 검찰과 시기 조율을 거쳐 이번 주초 출석할 전망이다.

검찰은 이 전 대표와 만난 것으로 지목된 당시 행정2부시장이던 최창식 서울 중구청장도 조만간 불러들일 예정이다. 이 전 대표는 박 전 차관의 주선으로 최 당시 행정2부시장 집무실에서 파이시티 개발사업에 대한 브리핑을 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이 역시 박 전 차관의 혐의가 짙어지는 정황이다.

앞서 지난 29일 인허가를 담당하던 도시계획국 출신 고위 공무원 2명을 불러 인허가 절차와 경위 등에 문제가 없었는지 확인한 검찰은 30일에는 파이시티 용도변경 결정이 났던 2006~2007년 당시 도시계획국장을 지낸 김영걸 전 행정2부시장도 소환조사할 예정이다.

현재 검찰은 “아직 박 전 차관과 연락하지도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는 물증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뜻도 되지만, 수 차례 낚시바늘에 뀄다 놓친 ‘대어’를 다시 놓치지 않기 위한 신중함으로도 해석가능하다. 검찰의 집요한 박영준 수사가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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