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취리히 클래식서 매샷마다 9~10번씩 왜글…나만의 ‘프리샷 루틴’ 좋지만 늑장 플레이로 동반자·갤러리는 고통
‘우즈의 경쟁자’로 기대를 모으다 ‘영원한 미완의 대기’로 늙어가고 있는 스페인의 골프스타 세르히오 가르시아(32). 새가슴으로도 유명하고, 우승을 놓친 뒤 엄마 품에 안겨 펑펑 울었던 일화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가르시아를 유명하게 만든 것 중 또 다른 하나는 바로 과도한 ‘왜글(waggle)’이다. 보통 프로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면 샷을 하기 전 어드레스 때 손목을 풀어주는 동작을 하는데 이를 왜글이라고 한다. 개가 꼬리를 흔드는 것에 빗댄 표현이다. 그러나 가르시아는 보통의 선수들과 달리 10번 이상 왜글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가르시아의 경기모습을 중계하는 방송사는 화면에 그의 왜글 횟수를 보여주기도 한다. 한 번은 무려 36차례 왜글을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손목이 남아나는 게 신기할 정도다.
이 때문에 얻은 별명이 ‘왜글 킹’. 하지만 가르시아에 필적할 만한 라이벌이 등장했다.
지난달 30일 끝난 PGA투어 취리히 클래식에서 우승을 차지한 제이슨 더프너(35)가 그 주인공이다. 더프너는 어니 엘스와 피말리는 연장 끝에 우승을 차지하는 어려운 상황에도 꿋꿋이 왜글을 하며 샷 감각을 유지했다. 타 선수를 압도하는 더프너의 왜글 횟수는 앵커와 해설자의 좋은 먹잇감(?)이 됐다. 그래서 중계를 하며 더프너의 왜글을 카운트하기도 했고, 화면에 왜글 횟수를 자막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TV카메라는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연습하는 더프너의 모습도 소개했다. 더프너는 실제 경기에서 8~10회가량 왜글을 하지만, 연습 중에는 3회 정도로 간단히 왜글을 했다.
왜글은 프리샷 루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손목을 풀어주면서 힘이 들어가지 않도록 해주고, 코킹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해준다. 이는 스윙에 파워를 실어줘 거리가 더 나가게 하고, 정확성도 향상시킨다.
하지만 더프너처럼 매 라운드 40차례가 넘는 샷을 할 때마다 9번, 10번씩 왜글을 한다면 동반자나 이를 지켜보는 갤러리에겐 괴로운 일이다. 프로는 거액의 상금을 놓고 경쟁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나친 늑장플레이만 아니라면 문제될 건 없다. 하지만 만약 주말골퍼가 이런 깨알 같은 왜글을 한다면 “야, 다음부터 쟤 부르지 마라” 혹은 “발에서 뿌리내리겠다”, “해 지기 전에 다 치겠나”라는 동반자들의 불평이 이어질게 불 보듯 뻔하다.
그러나 10번씩 왜글하고 우승하는 프로라면 분명 배울 만한 점이 있는 것이다. 더프너는 왜글을 하는 동안 몸과 어깨, 팔의 긴장을 완전히 풀어준다. 그리고 나서 샷을 할 때 보면 퉁퉁한 몸매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부드러운 샷을 만들어낸다. 비거리와 정확도를 감안한 드라이버샷 종합부문(Total driving)에서 PGA투어 톱10에 든다는 것은 더프너에게 왜글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잘 보여준다.
꿩잡는 게 매다. 벌타 먹을 정도만 아니라면 왜글을 몇 번 하더라도 자신의 몸상태를 최적으로 만들어주면 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