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5회> 바람 부는 길 43

납치당했냐는 질문에 박사의 눈동자가 위아래로 빠르게 움직인다는 것은? 물론 ‘그렇다’는 암시일 것이다. 저토록 빠르게 눈동자를 위아래로 움직이는 것은 입으로 한 대답과 전혀 다르다는 표현일 것이다. 권도일은 확인차 다시 한 번 질문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먼저와 정반대의 대답이 나올 수 있도록 역으로 질문하기 시작했다.

“그래요? 뜻을 펼치기 위해 스스로 여길 찾아오셨다고요?”

“그렇답니다. 아주 큰 뜻을 펴기 위해서지요.”

제임스 리 박사는 껄껄 웃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이번엔 그의 눈동자가 좌우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확실하군. 그는 지금 겉으로는 그렇다고 대답하지만 눈동자로는 아니라고 가로젓는 중이었다. 진실은 그의 눈동자에 담겨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그의 대답을 반대로 이해하고, 역으로 해석하면 될 일이었다.

“저 양반이 여기를 N-Dos사령부라고 하더군요. 더 이상 자동차가 개발되기를 원치 않는 단체라고도 했지요. 맞습니까?”

“맞는 말이오.”

제임스 리 박사는 이렇게 대답하며 눈동자를 위아래로 열심히 움직였다. 그렇다면 이번 질문에 대한 대답은 진심이란 뜻이었다. 아하! 이제야 확실히 알겠군! 권도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제임스 리 박사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자신의 눈동자를 위아래로 빠르게 움직여 주었다. 확실히 알았다는 사인과 다름없었다.

“석유를 팔아 부자가 된 아랍 석유카르텔의 하수인들이로군요?”

권도일은 박사의 눈을 들여다보며 이렇게 물었고,

“아니요. 우리는 이스라엘 정보국의 보호와 Urban 항공사의 재정지원을 받고 있는 민간단체라오.”

제임스 리 박사는 이렇게 대답하며 눈동자를 위아래로 바삐 움직였다. 진실은 눈동자에 담겨 있으니… N-Dos란 단체는 아랍권 석유카르텔의 하수인들임에 틀림없다는 대답과 마찬가지였다. 권도일과 제임스 리 박사는 이런 식으로 정보를 주고받았다. 물론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만 했다. 바른 대답을 듣기 위해서 뒤집어서 질문을 해야 하고, 눈동자가 움직이는 방향과 입으로 하는 대답과의 관계를 살펴서 진정성을 얻어야만 했다. 그러니 겉으로는 단순해 보여도 두 사람은 마치 치열한 두뇌게임을 벌이는 것과 다름없었다.

“신개념 자동차를 개발하는 전 세계의 과학자들을 은밀히 제거하려고 한다는데, 그 말이 사실인가요?”

“어떻게 아셨을까? 그 말은 분명한 사실이오.”

이번엔 제임스 리 박사의 눈동자가 위아래로 움직였다. 그렇다면 과학자들을 제거하려는 음모가 있음은 확실하다는 뜻이었다.

“이스라엘에서 신개념 자동차를 단독으로 개발하려는 음모로군요. 그래서 N-Dos에 돈을 대는 거예요. 맞지요?”

권도일은 이렇게 물었다. ‘눈동자 대답’을 듣기 위해서는 본인이 알고 싶은 내용을 뒤집어서 문장으로 꾸며내는 기술이 필요했다. 이번 질문은 N-Dos단의 정확한 실체를 알아내기 위한 질문이었다.

“그렇소. 소문대로 역시 머리가 좋군.”

제임스 리 박사는 이렇게 대답하며 눈동자를 열심히 좌우로 움직였다. 이스라엘의 음모가 아니라는 눈동자 대답이었다. 그렇다면 N-Dos단의 목적은 거성자동차와 이스라엘 Urban사와의 관계를 갈라놓으려는 것이 확실했다. 하긴 석유카르텔로서는 거성자동차와 이스라엘 Urban사의 기술이 합쳐지는 것을 반길 리가 없었다.

이 질문을 끝으로 제임스 리 박사는 되돌아갔다. 콘크리트 벽 틈으로 박사와 흰 가운을 입은 사내들이 사라지자 종전처럼 덜덜덜 환풍기 돌아가는 소리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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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