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엄중잣대 본보기

1년여간 동급생을 지속적으로 왕따시킨 일진 학생들을 경찰이 이례적으로 불구속기소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다. 극심한 신체 폭행이나 금품 갈취로 인한 피해가 없지만 오랜 시간 피해 학생들에게 욕설 및 협박을 일삼으며 ‘지속적 왕따 행위’에 대해 경찰이 엄중한 법적 잣대를 적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9일 같은 학교 동급생을 대상으로 1년여 동안 학교 내외에서 욕설 및 협박을 일삼고 왕따를 시켜온 서울 모 중학교 일진회 소속 A(15) 양 등 17명을 검거, 이 중 8명에 대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의견으로 금명간 송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나머지 9명은 선도조건부기소유예 조치를 할 예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A 양 등은 지난해 2월부터 지난 3월까지 1년여 동안 B(15) 양 등 13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왕따 행위를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각 반에 한 명씩 왕따를 만들고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욕설 및 협박을 하는 방법으로 다른 학생들이 피해 학생들과 어울릴 수 없게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왕따 행위는 다양한 이유로 이뤄졌다. 피해 학생 B 양은 지난해 A 양 등에게 일진회 가입을 권유받았지만 이를 거절했다. 욕설과 협박행위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이들은 B 양의 교실로 찾아와 욕설을 하며 손으로 머리를 미는 등의 행위를 반복했다. 괴롭힘은 학교 밖에서도 계속됐다. “돈이 있으면 빌려달라”고 한 뒤 돌려주지 않기도 했다.

또 다른 피해 학생 C(15) 양도 마찬가지. C 양은 지난 3월 2일 오후 5시께 남가좌동 패스트푸드점 옆 골목에서 A 양 일행과 마주쳤다. A 양은 C 양에게 “너랑 내 남자친구의 관계가 의심스럽다”며 골목 깊숙한 곳으로 끌고 갔다. A 양 일행은 C 양을 벽에 밀치며 ‘XX년’이라는 욕설과 협박을 했다.

A 양 등은 이런 방법으로 자신들의 의견에 따르지 않는 학생들을 골라 왕따 행위를 일삼았다. 반마다 한 명씩 왕따를 만들어 놓고 지속적으로 찾아가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괴롭혔다.

하지만 누구도 학교에 이 같은 행위를 알리진 못했다. 자신도 왕따가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조사 결과, 드러난 13명의 피해 학생도 서로의 왕따 행위에 가담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피해 학생들은 서로 왕따를 당하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서로의 피해를 묵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는 다른 학생이 왕따 당하는 현장에 함께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피해 학생들은 경찰 조사에서 “자살을 생각했었다”고 털어놓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을 담당한 김맹호 서대문서 강력4팀장은 “이번에 일부 가해 학생을 불구속기소의견으로 송치하게 된 것은 일종의 본보기다. 왕따 행위도 심각한 학교폭력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박수진 기자/sjp10@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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