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의 아름다운 여성들(Belle, belle, belle… au Moyen Age)
파리의 클뤼니 중세박물관은 다음달 말까지 이상적인 여성을 주제로 전시회를 하고 있다. 이상적인 여성이란 빈혈기 있는 창백한 얼굴과 금발, 작은 가슴의 소유자로, 무엇보다 고귀한 혈통을 타고난 인물이어야 한다.
▶금발금발의 역사는 중세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남자들 마음에 들려면 북구인 타입의 여성이어야 했다. 정복자 바이킹의 색깔이기 때문이다. 바이킹들은 서기 911년 이후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에 정착해 자신들의 이상을 강요하기 시작했다.
키가 크고 금발인 그들은 군사적 능력을 좋은 것이라고 믿었다. 침략자 바이킹은 귀족의 성공으로 탈바꿈한다. 모든 여성은 머리를 염색했고, 가성소다를 이용한 샴푸 방법들이 다양하게 개발됐다. 당시의 분위기를 전하는 한 에피소드가 있다.
11세기의 인물 생트 고들리브(Ste Godelive)는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미래의 시어머니는 자신의 아들에게 “그녀와 결혼하면 안 돼. 못생긴 데다가 시원찮기까지 하구나!”라고 말한다. 아들이 “왜요?”라고 묻자 어머니는 “머리색이 검잖아”라고 대답했다.
▶귀족계급에 대한 편견은 또 다른 승리다. 이상적인 여성은 귀족의 성 앞에 붙는 관용적 표현을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했다. 농부인 여성들에게는 ‘젊다’ 혹은 ‘색스럽다(번역하자면 ‘성적으로 이끌리다’)’라는 형용사들을 구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들은 ‘아름답지’는 않았다.
이런 표현을 구사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탓이다. 아름다움은 귀족들의 개, 귀족들의 말, 귀족들의 배우자에게나 사용할 수 있는 표현이었다.
“재산과 권력 그리고 높은 사회적 위상이 아름다움을 보장했다”고 중세학자 페넬로페 존슨(Penelope Johnson)은 설명해준다. 아름다워지려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싼 의상을 걸쳐야 했다. 부자들은 매우 값이 나가는 염색한 옷들을 독차지했다.
하늘색, 선명한 녹색, 주홍에 가까운 붉은색 등 눈부신 빛깔이 필수적이었고, 금실로 자수를 집어넣어야 했다. “화려한 의상을 걸치고 있지 않으면 그 누구도 아름답지 않다.” 심지어 최악의 추남조차 옷을 날개로 여겼다.
▶작은 가슴12세기에 라울 드 캉브레(Raoul de Cambrai)는 자신의 이상형을 ‘탄탄한 유방, 하얀 피부, 선명한 얼굴’을 한 여성으로 요약했다. 여성들은 ‘협소한 늑골’ ‘날씬한 허리’ ‘사과처럼 동그란 두 개 가슴’을 지녀야만 했다. 한마디로 젊고, 고혹적인 자태의 앳된 모습을 하고 있으며, 막 사춘기를 끝낸 나이여야 한다는 얘기다. 13세기 성직자들은 유방을 드러내는 처녀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포르노그라피에 비견될 수 있는 이런 기적들은 리비도적인 호기심을 가지고 이야기되고 있다. 중세가 끝날 무렵부터 패션은 여성의 유방과 숨바꼭질한다. 여성들이 과감하게 앞이 파인 옷을 입고 유두까지 보이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의상이 젖가슴 아랫부분을 상당히 죄고 있었던 반면, 가슴 부분은 아주 얇고도 몸에 꼭 끼는 천으로 보일 듯 말 듯 덮은 형태를 하고 있었다. “일종의 핍쇼와도 같았다. 사람들은 가슴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장두인(長頭人)여성들은 이마를 동일하게 만들었다. 이마는 가슴만큼이나 돌출하고 흰색이어야 했다. 1380년부터 여성들은 머리카락을 뒤로 늘어뜨리기 시작했고, 귀 모양을 드러냈으며, 기린처럼 목이 긴 인상을 주기 위해 턱을 들어 올렸다.
계급에 대한 편견은 또 다른 승리다. 이상적인 여성은 귀족의 성 앞에 붙는 관용적 표현을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했다. 농부인 여성들에게는 ‘젊다’ 혹은 ‘색스럽다(번역하자면 ‘성적으로 이끌리다’)’라는 형용사들을 구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들은 ‘아름답지’는 않았다.
▶향기좋은 냄새를 풍기는 일 역시 지극히 중요했다. 입김에서 향내가 날 수 있도록 여성들은 회향과 소두구 씨앗, 껍질들을 씹었다. 자아를 드러내지 않도록 강조하는 교회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목욕하는 의식은 아주 중요하게 취급됐다.
고해 신부의 눈에 심히 거슬리게 그림들은 귀족들이 침실에서 쌍쌍이 짝을 이뤄 목욕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남자와 여자는 정면으로 마주 보면서 주위 시선으로부터 자신들을 피하게 해주는 천으로 몸을 감싼 채 나무통 속에서 서로를 짓궂게 놀려댄다.
유럽의 주요 컬렉션을 망라한 350개 작품들을 전시하는 이번 기획전은 고대로부터 르네상스에 이르는 기간에 사람들이 아름다움에 얼마나 중요성을 부여했는지 새로운 시각으로 보여준다.
지난 시대의 여성들이 사용하던 제품들에 대해서는 화학적 분석을 시도하고 있으며, 전시회 기간에 상영되는 비디오들은 뺨에 사용할 장미를 어떻게 제조했는지, 머리는 어떻게 염색했는지를 흥미롭게 재구성하고 있다.
전시회는 5월 20일~9월 21일 열린다. 박물관은 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9시15분~오후 5시45분 오픈한다. 입장권 가격은 8.5유로이나, 26세 미만일 경우 6.5유로다. 유럽연합 출신 사람일 경우에는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일반인들도 매달 첫 번째 일요일에 무료로 전시회를 관람할 수 있다. 국립중세박물관은 파리 제5구 폴팽르베 광장 6번지 소재 클뤼니 고대로마 온천유적지에 맞닿아 있다.
(이미지는 ‘중세의 이상적인 여성’ 전시회의 사진) 글=아녜스 지아르(佛칼럼니스트), 번역=이상빈(문학박사ㆍ불문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