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불붙이기에 FTA로 맞불을 놨다. 또 ‘문제’ 후보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칼날을 날렸다. 18일 발표된 새누리당의 사실상 마지막 공천자 명단의 특징이다.
이날 새누리당은 서울 강남ㆍ서초와 대구ㆍ경북 등 남은 미공천 지역 32곳에 대한 공천자 명단을 발표했다. 공천자들의 ‘역사인식 논란’으로 재공천에 나섰단 강남갑과 강남을에는 심윤조 전 외교통상부 차관보와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을 공천했다. 국제적인 감각이 뛰어난 노련한 장ㆍ차관급 전직 외교관을 텃밭에 전면 배치, 거물급 정치인이 대거 나선 민주당에 맞서는 셈이다.
특히 민주당에서 골수 ‘한미FTA’ 재협상론자가 나선 강남을에 한미FTA 산파격인 김 전 통상교섭본부장을 배치함으로써, 이 지역을 ‘한미FTA’ 폐기 또는 재협상론과 고수론의 바로미터로 만들었다. 한 때 당 일각에서 한미FTA가 지나치게 부각될 경우 야당의 ‘MB정부 심판론’에 말리게 된다는 이유로 김 본부장의 공천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한 차례 공천 파동을 겪으며 결국 정면 돌파로 돌아온 것이다.
이혜훈 의원의 재공천 설이 나돌았던 서초갑에는 서초갑 김회선 전 국가정보원 제2차장이 공천을 받았다. 또 서초을에는 강석훈 전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를 공천, 강남ㆍ서초ㆍ강동ㆍ양천갑의 ‘강남 벨트’ 대부분을 약속대로 새 얼굴로 채웠다.
이에 따라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핵심 측근인 이 의원과 대중 인지도가 높은 고승덕 의원, 현 서울시당 위원장인 이종구 의원의 거취 논란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또 한때 서초을과 분당 사이에서 이름이 오가던 장승수 변호사의 비례대표 전면배치 여부도 주목 거리다.
지난해 재보궐 선거에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게 자리를 내줬던 성남분당을에는 전하진 전 한글과컴퓨터 대표를 공천했다. 인근 판교와 분당에 몰려있는 벤처기업 젊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안상수 전 대표가 떠난 의왕과천에는 박요찬 변호사를 배치했다.
한편 친박계 의원 학살 여부로 관심을 모았던 대구에서는 이한구(수성갑), 서상기(북구을), 주호영(수성을) 등 3명의 핵심 인사들이 대부분 살아남았다. 이날 서울 송파병에 공천된 김을동 의원, 남양주갑의 송영선 의원까지 포함하면, 친박계 의원 상당수가 당초 예상과 달리 19대 총선에 나서게 됐다.
이와 관련 정몽준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특정인을 위해 당의 권력을 사유화하는데 골몰하고 있다. 분열하면 모두 죽는다는 식으로 압박을 가하며 당내 비판세력을 제거하고 입맛에 맞는 인물들로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밖에 경북에서는 여성비하 발언 파문에 시달리던 석호익 전 KT 부사장 대신 이완영 당 환경노동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을 배치했다. 역시 공천자의 과거 돈봉투 살포 의혹이 제기됐던 경주에는 정수성 현 의원이 공천됐다.
한 때 부산에서 문성근 민주당 최고위원의 대항마로 거론됐던 하태경 열린북한방송 대표도 해운대기장을로 자리를 옮겨 출마하게 됐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choijh@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