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도 새도 모르게 묻힐 뻔 했던 고리원전 1호기의 정전사고는 우연한 기회에 내용을 접한 한 시의원에 의해 세상에 공개됐다.

새누리당 김수근 부산시의회(기장2) 의원은 지난 14일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달 20일 지역주민들과 함께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우연히 고리원전 작업자들이 ‘고리원전이 정전됐다’고 얘기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평소 사소한 일들 까지도 지역주민들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소식을 알리던 고리원전 측이 한동안 잠잠해 이상히 여겨 10여일이 지난 3월8일 직접 원전 측을 찾아가 김기홍 경영지원처장에게 사고사실을 문의했지만 그는 ‘그런 사실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사실이 없다 하더라도 유언비어가 돌고 있으니 확인해 보라”고 충고하며 발길을 돌렸고 그가 사건 인지사실을 원전 측에 얘기한 지 4일만에 전원공급 중단 사실이 세상에 밝혀졌다.

그동안 사실을 숨기려 했던 고리원전 측이 김 의원의 활동을 통해 외부로 사고사실이 유출된 것을 확인하고 이를 수습하고자 이후 보고계통을 통해 공식발표하게 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YONHAP PHOTO-1818> 상업운전 시작한 신고리원전1호기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부산 기장군 장안읍에 위치한 신고리원전 1호기가 지난달 28일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허가를 받아 상업운전에 들어갔다. 신고리1호기의 전력공급 능력은 100만㎾로 연간 공급 전력량으로 볼 때 350만 인구의 부산에서 소요되는 전력량의 47%, 산업 집약 도시인 110만 인구의 울산에서 소요되는 전력량의 약 35%를 감당할 수 있다. 2011.3.2. ccho@yna.co.kr/2011-03-02 14:04:14/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상업운전 시작한 신고리원전1호기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부산 기장군 장안읍에 위치한 신고리원전 1호기가 지난달 28일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허가를 받아 상업운전에 들어갔다. 신고리1호기의 전력공급 능력은 100만㎾로 연간 공급 전력량으로 볼 때 350만 인구의 부산에서 소요되는 전력량의 47%, 산업 집약 도시인 110만 인구의 울산에서 소요되는 전력량의 약 35%를 감당할 수 있다. 2011.3.2. ccho@yna.co.kr/2011-03-02 14:04:14/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김 의원은 “이곳 지역주민들은 안전하다는 원전 측의 말을 그대로 믿고 30여년을 살아왔는데 큰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며 “이제 그들의 말에 신뢰를 못하겠고 아직 계획된 활동은 없지만 지역주민들과 함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사고 은폐경위, 이후엔 어떻게?

원전의 안전한 관리를 위해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서는 주재관이 파견되지만 사고사실을 인지하진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외부 용역업체 인원들도 많이 있어 그런 쪽에서 사고사실이 흘러나가게 되었을 것”이라며 “한수원 측은 고리원전으로 부터 지난 토요일에 구두로 보고받고 일요일에 정식으로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사고 당일 발전소장까지 보고된 것으로 안다”고 밝혀 한수원에 보고하지 않고 원전 내부적으로 사고를 은폐하려던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이 관계자는 “규정상 사고사실을 인지하면 즉각 비상경보를 발령해야 하는데 15분이 걸리지 않았다고 해서 보고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며 겸허히 받아들이는 입장을 보였고 “징계수위는 밝힐 수 없는 부분이지만 강력하게 처벌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수원 측은 이번 사고와 관련 후속 TF팀을 구성해 보고체계 누락 문제 등, 각종 사안에 대해 후속대책을 강구할 예정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측은 “조사중인 내용에 관해선 말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으며 현장에 10명의 전문가를 파견해 사고 전말에 대해 조사활동을 벌이고 있고 사고과정이나 절차 원인, 경과, 안전조치, 보고가 안된 상황들에 대해 전반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전사고 어떻게 이뤄졌나 이번 사고는 지난달 9일 오후 8시34분께 고리원전 1호기의 계획예방정비기간에 발전기 보호계전기의 시험과정에서 발전소에 전원이 12분간 들어오지 않아 문제가 됐다.

여타 산업 현장에서도 많이 쓰이는 보호계전기는 과도한 전압이 들어오거나 쇼트가 생기는 등의 비상사태를 대비해서 전력 차단기를 가동시켜 자동으로 전력이 끊어지도록 만드는 시스템이다. 고리원전의 외부 전원 차단기와 연결된 보호 계전기는 3개가 있으며 그 중 2개가 작동되면 전력이 차단되도록 하는 것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보호계전기를 시험하던 직원이 첫번째 보호계전기를 시험하고 실수로 스위치를 내리지 않은 상태에서 두번째 보호계전기를 시험하려고 스위치를 켜 두개가 모두 작동돼 차단기가 작동돼 전력이 끊어졌다”고 경위를 설명했다. 하지만 전원 상실에 대비한 예비발전기가 동작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선 “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란 입장이었다.

▶원전 안전한가

주민들의 가장 큰 우려는 원전이 안전한가에 대한 문제다. 지난 1978년 세워져 30년 설계수명이 지난 고리원전은 지난 2008년 10년 재가동 승인을 받아 운용 중이다.

장순흥 한국과학기술원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부품 교체도 많이 하니 향후 10년 간 충분히 사용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가동상태에 3시간동안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노심용융 문제가 생겼을 것이고 원전 가동이 중단된 상태라면 냉각수가 전부 증발하기까지는 10여일이 넘게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장 교수는 이번 사태에 대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보고체계와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영규 기자 @morningfrost>

ygmoon@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