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뉴타운 1구역 반대주민회 목소리 들어보니…
매년 수백만 외국인이 찾는 독특한 문화 훼손 안될 말
‘가진 자들의 반대’편견 억울 쪼개기 지분 투자자가 서민?
아파트 한채에 쥐꼬리 보상 생계수단 임대료와 못바꿔
수십년째 일궈온 삶의 터전 절대 외지인에게 안뺏깁니다
“‘이태원’이라는 브랜드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게 아닙니다. 30~40년 이상 외국인을 대상으로 장사하며 삶의 터전을 일궈온 분들의 노력이 담겨있습니다”
한남뉴타운 1구역 반대주민회 소속인 황모 씨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세 살 때부터 40년간 용산구 이태원동에 살아온 토박이 원주민이다. “저희 어머니도 양장점을 하시며 생계를 꾸려갔어요. 오랜 시간 내외국인이 엉켜 독특한 문화가 형성된 이 곳에 대형 건설사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다면 어떤 외국인이 찾아올까요?”
지난 5일 황씨의 가게에서 만난 한남뉴타운 1구역 반대주민회 회원들은 ‘이태원’이라는 지역을 아파트촌으로 개발하는 것은 관광자원을 훼손시키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매년 수백만의 외국인이 찾는 관광특구에 획일적인 아파트 단지를 세울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여느 뉴타운과 마찬가지로 이 지역도 상인들과 다가구 주택 소유자들이 앞장서서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한남1구역의 경우 ‘이태원’이 가지는 브랜드 가치와 상권이 발달했다는 점 등이 반대 목소리에 힘을 실어준다. 적어도 ‘양보할 수 없다’고 버티는 주민의 비율이 높은 편이다.
강모 회장은 “2월 기준 751명 조합원의 33.16%인 249명의 반대동의서를 받았다”며 “찬성 측은 추진위원회 설립 당시 51% 동의율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반대하는 비율이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ㅁ’자 형태로 대로변이 전부 상권이 발달해 있어 상가 비율이 전체 가구 수의 20%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ㅁ’자 형태의 1구역은 ‘ㄴ’자로 앤티크 가구거리가, ‘ㄱ’자로 펍과 레스토랑, 의류 상가 등이 빼곡히 늘어서 있다. 황씨는 “앤티크 가구 거리만 해도 몇 십년을 운영해 온, 대한민국 어디에도 없는 특색있는 상권”이라며 “개발을 하게 되면 주인들 뿐 아니라 상가 세입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ㅁ’자의 안쪽 구역에는 낡은 주택과 다가구, 다세대, 고급 주택이 들어차 있다. 한남2~5구역과 비교해 이들 주택 규모가 크고 ‘지분 쪼개기‘가 덜한 것도 반대율이 높은 이유다. 1구역의 조합원은 751명으로 2구역의 1200여명, 3구역 3900여명과 비교하면 적은 편이다. 상대적으로 외지투자자들이 적고 원주민 비율이 높다. 고급 주택도 많다. 용산구청 뒷 길은 대지면적 400㎡ 이상의 고급 주택들이 늘어선 ‘전통있는 부촌’이다.
하지만 개발을 하게 되면 지분 크기와 상관 없이 조합원 1인에 아파트 1채를 분양받는 것이 원칙이다. 대형 지분을 가진 사람이 많은 1구역에서 반대 목소리가 높을 수 밖에 없다.
이태원에서 67년째 살고 있는 강 회장은 4층짜리 단독주택을 갖고 있다. 1층은 상가로 쓰고 2층은 임대, 3, 4층에 각각 강회장과 아들 내외가 살고 있다. 1구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거 형태다.
뉴타운 개발을 하게 되면 강 회장은 전용면적 80㎡ 이상 아파트 한 채와 일정액의 보상비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강 회장은 “1, 2층 임대료와 아들 내외의 거주 공간을 뺏기고 아파트 한 채만 덜렁 남는꼴”이라며 “비슷한 규모의 새 상가를 얻으려면 최소 수억원이 필요한데 보상비로는 어림도 없고 나이 70에 생계수단이 사라지게 된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들은 대형 지분을 가진 돈 있는 사람들이 재개발을 반대한다는 편견에 대해 억울하다고 말했다.
문모 총무는 “지분 쪼개기를 통해 20㎡를 소유한 투자자들이 ‘작은 지분을 갖고 있다’고 서민이라 할 수 있나?”며 “큰 지분을 가진 사람들은 투기 생각 없이 이 동네에서 오래 살아온 원주민들”이라고 말했다.
황씨는 주거 문화를 경제논리로만 접근하려는 것도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새 아파트가 필요없다는 노인들에게 아파트 팔고 다른 곳으로 이사가라고 한다”며 “집이라는 것은 돈 문제도 있지만 추억과 역사가 어린 정서적 공간이기 때문에 쉽게 떠날 수 있는 곳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원주민들은 30년 전 이곳이 뻘밭일 때, 미군들 밖에 없던 시절부터 이곳을 지켜온 사람들”이라며 “이태원같이 특색 있는 곳마저 아파트촌이 된다면 사회에서 투기를 조장하는 꼴이다. 1구역은 끝까지 반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