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1회> 끝까지, 죽을 때까지 56
두드리면 열리고 궁하면 통하는 법이다. 축제분위기로 가마솥처럼 들끓는 몬테카를로 시내 한복판에 이처럼 앙증맞고 오붓한 천막이 쳐져 있었다니. 더구나 바닥마저 단단한 스티로폼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불편하게나마 누울 수도 있었으니 급한 김에 상열지사를 벌이기에는 딱! 이었다. 불만이 있다면 언제 누가 들춰볼지 모르는 구조였으므로 도둑질하듯이 사랑을 나눌 수밖에 없다는 것.
“남이 보면 어쩌지요?”
“아무도 여길 들춰보는 놈은 없을 거야. 이곳 사람들 모두가 자동차 경주에 미쳐 있잖아? 우승이 누구냐가 결정 나는 순간에 누가 이런 천막 속을 들춰 보겠어?”
“남이 들으면 어쩌지요?”
“소리 내지 않도록 이를 악물어야지.”
강유리가 그의 목을 끌어안으며 나지막이 물었고, 그는 한 손을 그녀의 망사 스커트 아래로 밀어 넣으며 속삭였다. 그들의 숨결은 이미 뜨거워진 지 오래였으므로 막상 누가 들여다 본다한들 물러설 재간도 없을 터였다. 그의 손이 그녀의 허벅지를 헤매는 동안 그녀의 손은 그의 혁대를 풀어내는 중이었다. 마음이 급하기도 하겠지. 누군가가 곧 천막을 거둬들일 것만 같은 심정일 것이다.
“아… 앗.”
그의 주먹에 정통으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처럼 그녀의 의식이 몽롱해져 왔다. 어째서 그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그녀는 바로 눕고 그는 모로 누웠으니 그는 겨우 손 하나만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 따름이었다. 분명히 그의 손은 허벅지를 거쳐 엉덩이로 이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맥없이 힘이 풀리는 곳은 그녀의 두 다리였고, 바짝 긴장되어 파르르 떨려오는 곳은 가쁜 숨결에 맞추어 부풀어 오르던 젖가슴이었다. 동쪽을 찌르는데 어째서 서쪽부터 무너져 내리는 것일까? 가만히 있어도 그녀의 몸이 움찔거리는 중에 백광돌이 그녀의 망사 스커트 자락을 허리 위로 훌쩍 걷어 올렸다.
“푹신한 침대가 아니라서 미안하군.”
“아무러면 어때요, 벅차기만한 걸요?”
정말 이런 식으로 가슴이 벅차게 느껴지기는 처음이었다. 예전에… 골프경기에 나서기 전, 필살의 감각회복훈련을 감행하기 위해서 그의 뜨거운 손길이나 입술이 젖가슴을 희롱했던 경우가 두어 차례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숨이 막히고 무릎이 떨려오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입술을 비비고, 혀를 밀어 넣고, 너무도 격렬해서 턱 언저리로 침이 흘러내릴 정도까지 몰입한 적도 있었지만 그때의 감정은 사랑과는 거리가 멀었을 것이다. 극도의 긴장감이라고 해야 할까? 그가 유리의 젖가슴을 한입 가득 물고 코로 신음을 내뱉을 때에도 그의 허리에 감아올린 종아리 근육 몇 가닥이 바르르 떨리는 정도에 불과했었다.
“그래, 나도 가슴이 터져나갈 만큼 벅차구나.”
한동안 모로 누워있었기 때문에 거북했을까? 그는 쪼그리고 앉아 무릎을 꿇은 채로 그녀의 발목부터 무릎까지 천천히 핥아가기 시작했다. 갈비 뜯듯이 가느다란 발목을 앞니로 잘근잘근 씹을 때마다 그녀의 온몸 근육이 움찔거렸다. 하지만 요부와도 같이 남자의 몸을 갈구하는 욕정과는 전혀 다른 전율이었다. 그는 그녀를 어릴 때부터 줄곧 지켜보며 살아오지 않았던가. 아직 온전하게 남자를 받아들인 적 없는 순수한 몸. 그녀는 겉보기와는 달리 아직 순수한 처녀를 간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사랑하는 사람을 찾았으니 그 거추장스러운 훈장을 떼어 버리려 하는 중이었다.
자리가 비좁아 몸을 돌리기조차 힘들었으므로 그녀의 젖가슴을 어루만지기에도 한동안 애를 써야만 했다. 힘들게 손을 뻗어 젖가슴을 어루만지자 부드러운 촉감 속에서도 점점 단단해지는 탄력이 손바닥으로 전해져 오기 시작했다.
“오빠에게 처녀를 드릴 수 있어서 행복해요.”
아! 그랬구나. 그녀가 내뿜는 숨결에서 프리지아 향내를 맡으며 그는 이제 막 어깨 위에 그녀의 두 다리를 걸쳐 메고, 촉촉한 비너스를 향해 지겟작대기를 겨냥하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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