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여인들의 비밀사회(La societe secrete des belles filles)

완벽한 몸매를 가진 마네킹도, 에이전시 소속 모델도 아닌 소녀들이 1년에 한 번 모임을 가진다. 에로 사진을 전문으로 하는 사진작가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그녀들은 자신의 모습을 담은 사진집을 가지고 모인다. 전신 나체를 담은 사진은 없지만, 몸에 찰싹 달라붙거나 관능을 자극하는 의상을 입고 마치 스타처럼 다양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사진들이다. 그들은 ‘대안 모델’로 불린다.

그녀들은 지극히 정상적인 여성들이다. 대학생, 저널리스트, 판매원 등의 신분을 가진 그녀들은 섹시한 의상을 입고 몸을 반쯤 드러낸 상태에서, 평소 자신들이 꿈꾸던 에로틱하고도 이상적인 모습을 추구하며 포즈를 취한다. 사진들은 인터넷 사이트에 모두 올라가 있다.

그녀들은 각자 홈페이지를 갖고 있으며, 대부분의 주소에는 이름 다음에 ‘닷컴(.com)’이 붙는다. 자기중심주의일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사이트들이 가상의 존재 이름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비앙카 보샹 쿠미 몬스터(Kumi Monster), 사이버 돌(Cyber Doll), 오 아카 스티그마타(O aka Stigmata), 블러디 체리(Bloody Cherry), 도미니크 라메르(Dominique La Mer), 플뢰르 드 모르티(Fleur de mortis), 미스테리카(Mysterica), 레이디 미스티(Lady Misti) 등이 그들이다.

노골적으로 사람들을 유혹하는 예술가 이름을 내세우면서 그녀들은 자신의 관능적인 분신, 금기를 모르는 아바타를 만들어 내고 있고, 성관계를 주도하는 여성, 공주, 탱크 걸, 뱀파이어, 비탄에 잠긴 여인 등 모든 종류의 성적 환상을 구현해낸다.

테크닉은 그녀들이 동원하는 유혹의 무기다. 완벽한 조형미를 가진 남녀 잡지 모델들보다 그녀들이 내 눈에 더 뛰어나게 보이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아름답게 태어나는 것은 그다지 장점이 없다.

또 일부 사람이 거기에 지나친 중요성을 부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건 단지 장점일 따름이며,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에 끌리는 남성 타입으로 판단할 경우 그건 오히려 결점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에밀리 대안 모델들과 더불어 아름다움은 이미 주어진 것이 아니게 됐다. 그녀들은 ‘정상적’인 여성들이다. 다시 말해 캐스팅에 응하기에는 지나치게 크거나 작고, 지나치게 마르거나 통통하며, 지나치게 문신을 한 여성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훨씬 더 큰 매력을 발산할 줄 안다.

‘과도함’을 미학의 원칙으로 삼은 시인 보들레르를 교훈 삼아 그녀들이 자연보다 더 큰 존재, 바로크적 리비도 세계의 여왕이 되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이다. 쿠미 몬스터만 해도 그렇다. 머리를 밀었지만, 그녀는 천문학적인 숫자의 가발을 통해 항상 다른 머리 모양을 연출해낸다.

아일랜드인과 한국인 피가 섞인 쿠미 몬스터는 현재 미국에 살고 있다. 하지만 1년에 열 달가량을 여행하기에 마치 다른 행성에서 온 사람처럼 보인다. 그녀는 프랑스어, 이탈리아어를 구사하고, 그리스어로 욕할 줄 알며, “위스키 갖다 줘요”를 적어도 6개 국어로 말한다.

빡빡 밀어버린 머리, 혹은 이식된 모발로 외계인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그녀는 아름다운 여인들의 비밀사회에서 지존으로 통한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4명의 페티시 모델 중 한 명이기도 하다. “디타, 비앙카 보샹, 에밀리 마릴린과 더불어 나는 오직 사진으로만 먹고 사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지요”라고 쿠미 몬스터는 설명한다.

하지만 그녀 몸매는 문제가 많다.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사람들이 물어보자, 쿠미 몬스터는 “난 엉덩이가 평평하고, 배가 쉽게 나와요. 하지만 억제할 수 없는 방식으로 내 자신을 분출하기를 좋아하는 데다, 역사나 경제에 대한 질문을 받아도 얼마든지 대답해 줄 수 있습니다. 머저리가 아니랍니다”고 대답한다.

쿠미 몬스터가 똑똑하다는 것은 몬스터를 자신의 전매특허로 만들 줄 알았다는 데서도 느껴진다. 그녀는 맨몸이나 라텍스로 자신을 과시할 권리, 방해하는 모든 자를 내쫓을 권리를 주장하면서 극성스럽고도 파괴적인 운동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페티시 단체들에 속해 있으며, 또 다른 사람들은 고틱 단체들을 창설했다. 소수의 무리를 이루게 된 아름다운 여인들은 자신들 존재와 엉덩이를 인터넷에 동시에 올려놓았다. 기묘한 외관, 자유롭고자 하는 의지를 통해 아주 강렬한 유대감을 형성한 그녀들은 ‘섹스 친화적’인 새로운 형태의 페미니즘을 만들어내는 중이다.

왜 그런 방식을 택할까? 섹스가 무기이기 때문이다. 섹스는 자신을 개화시키고, 정체성을 확인하며, 행복해지기 위한 최선의 수단이다. 혁명적인 만큼이나 단순한 메시지를 더 많이 공유하려는 듯이, 새로운 타입의 페미니스트들은 자신들을 찍은 사진을 인터넷에 올려 사람들로 하여금 자유로이 감상하도록 한다. 그들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 대부분은 무료다. 인터넷은 스타로 행동하는 기회를 그녀들에게 제공한다.

삶의 여주인공이 되고, 자신의 일상을 소설로 남길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을 기꺼이 드러내는 그녀들은 자부심이 강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유료 사이트를 통해 자신들의 열정을 체험케 하고, 쿠미 몬스터 경우처럼 사진을 찍고 애인을 만들기 위해 전 세계를 여행하는 럭셔리를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언급할 사항! 이 여성들의 영향력이 지대한지라 남자들은 그들을 모델로 삼기 시작했다. 그러기에 남자들 역시 인터넷을 통해 에로틱하거나 이상한 의상을 입고 남성들에 대한 전통적인 이미지를 깨부수려 애쓰거나, 욕망의 오브제이기를 자처한다. 향후 전망은 밝다. 자신의 가치를 극대화시킬 줄 아는 남자들에게 많은 여성이 열광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사진가 및 모델들의 이러한 만남에 동참하기를 원한다면 페티시 캐스팅의 문호는 활짝 열려 있다. 지원서를 제출한 후 사진첩과 열의를 가지고 회합에 참가하면 된다.

글=아녜스 지아르(佛칼럼니스트), 번역=이상빈(문학박사ㆍ불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