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 위기에 몰린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 지원을 결정할 유로존(유로화 사용17개국) 재무장관 회의가 갑자기 취소되면서 그리스 위기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당초 이번 회의에서는 각국 재무장관들이 유로존 정상들의 그리스 2차 구제금융 양해각서(MOU) 서명을 위한 길을 열 것으로 예상됐다. 구제금융 지원 결정이 지연되면서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유로존 각국이 그리스의 디폴트와 함께 유로존 탈퇴라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이미 대비태세에 들어간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의지박약 그리스에 강한 압박=회의가 전격 취소된 이유는 무엇보다 그리스가 2차 구제금융 지원을 받기 위한 긴축이행 의지를 충실히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는 유로존 정부들이 구제금융 조건으로 제시한 3억2500만 유로의 추가 긴축과 총선 후 긴축안 이행 확약 등 요건을 아직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장 클로드 융커 유로그룹 의장은 “그리스 정치권으로부터 긴축이행 담보 확약서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고 추가 긴축 이행 부족분을 메우는 조치와 채무 지속 가능성에 대한 분석 등 기술적 작업도 미진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유로존이 그리스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구제금융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하게 엄포를 놓고 있는 것. 이에 그리스도 14일 긴급각료회의를 열고 3억2500만유로의 추가 긴축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영기업 연금 삭감방안등을 논의했다.
그리스 정부 관계자는 15일 추가 긴축안 이행에 대한 서면 확약서를 곧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스 의회는 지난 12일 2차 구제금융 조건인 긴축안을 통과시켰지만 4월 조기총선이 시행됨에 따라, 유로존은 그리스 과도정부를 구성하는 각당 대표에게 긴축 조치를 되돌리지 않겠다는 서면 확약서에 서명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리스 디폴트와 유로존 탈퇴 배제 안해= 이번 회의가 무산된 배경에는 구제금융 지원을 합의해야할 유로존 국가들 간에도 접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로존 재무장관회의가 전화회의로 대체된 것은 재무장관들 사이에서도 최종 합의에 이를 만큼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리스는 지난해 -6.8% 성장해 5년 연속 침체가 지속되는 등 유로존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미 유로존 내에서도 그리스가 2차 구제금융 지원을 받더라도 2020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120%로 낮추기로 한 재정적자 감축안을 제대로 이행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이에 프랑스 등 일부 회원국들은 그리스에 구제금융 규모를 늘려주자고 요구하고 있지만, 독일과 네덜란드, 핀란드 등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그리스 구제금융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올리 렌 유럽집행위원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과의 인터뷰에서 “그리스의 디폴트는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유로존에 구제금융 지원을 서둘러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독일과 핀란드, 네덜란드 등 재정이 탄탄한 북유럽국가들은 “그리스에 대한 신뢰를 상실했다. 그리스가 디폴트에 가까워졌다고 본다”고 밝혔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FT에 “그리스 디폴트와 관련해 2년전보다 대비가 잘돼 있어, 디폴트로 인한 충격은 과거보다 훨씬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뤽 프리덴 룩셈부르크 재무장관도 “모든 회원국이 유로존에 남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리스가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유로존은 그리스를 제외하고 16개국끼리만 갈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유로존은 20일 재무장관 정례회의에서 그리스 구제 금융 지원 여부를 결정짓는다는 방침이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