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9회> 끝까지, 죽을 때까지 44

재규어 XKR가 해발 4103m에 달하는 몽펠부 산의 정상을 가로지를 줄 꿈에나 생각했을까. 스타트 선상에서부터 재규어를 뒤따르던 유민그룹 호크아이팀의 특별지원팀 차량은 봉펠부 산으로 이어지는 갈림길에서 심각한 대책회의를 하고 있었다. 두 대의 SUV 차량에 무려 여섯 명의 인원이 따라붙어 있었지만 애초부터 슈퍼차저 엔진을 장착한 재규어를 뒤쫓는다는 건 무리였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하지? 곧 날이 어두워질텐데. 이거 난리 났구먼.”

“이 바퀴자국을 보세요. 거의 모든 차량이 아랫길로 돌아 내려갔지 않습니까? 우리도 당연히 아랫길로 가야지요.”

“정상을 향한 바퀴자국도 있긴 있네. 단 두 대에 불과하지만…. 설마 우리 유호성, 전진후 선수가 저 길로 들어선 건 아니겠지?”

“그럴 겁니다. 유호성 선수는 일본에서 전문적으로 레이싱 훈련을 받은 사람 아닙니까? 그런 선수가 무식하게 해발 4000m가 넘는 지옥길로 들어설 이유가 없지요.”

“맞아, 저 두 대는 길을 잘못 들어선 걸 거야. 아니면 죽으려고 환장한 놈들이거나.”

명색이 지원차량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FIA에 출전 신청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하루 먼저 발랑스를 출발해 첫 번째 포스트에서 대기하도록 예정되어 있었다. 비상식품과 물, 의약품, 비상타이어, 심지어는 간단한 침구까지 잔뜩 실어놓은 상태였으므로 몽펠부 고원 길로 들어선 것부터가 예정에 없던 실수였다. 가뜩이나 무겁고 느린 상용차로 재규어 XKR를 뒤쫓기로 마음먹은 것부터가 무모한 판단이었는데, 결국 몽펠부 산의 입구에 도착하기도 전에 발이 묶인 상태가 되어버린 셈이었다.

“부장님, 난리났습니다. 당장 바퀴에 체인부터 감아야겠어요. 도통 헛바퀴만 돌고 전혀 힘을 쓰지 못합니다.”

“그러게 이 양반아, 누가 산길로 들어서랬어? 이제 무슨 수로 포스트까지 갈 거야? 전진후 선수는 고추장과 라면국물 없으면 밥도 못 먹는데 우리가 먼저 도착하지 못하면 어떡해? 쫄쫄 굶겨?”

“부장님, 왜 화부터 내세요? 내비게이션이 시키는대로 따라온 것뿐입니다.”

“운전수가 미리 길을 체크해놨어야지. 내비는 원래 지름길을 찍어준다는 거 몰라?”

지원팀원은 마치 계급장을 떼어버린 예비군처럼 옥신각신할 뿐이었다. 그러면서도 바퀴에 체인을 감기 시작했다. 왼쪽은 절벽, 오른쪽은 낭떠러지였으므로 바퀴에 잭을 고일 때도 혹시 차량이 굴러가지 않을까 조심스러웠다.

“이건 또 뭐야? 미안하지만…거성 그레이스팀의 1974년산 치타가 달리는 모습을 촬영해서 전송해달라고? 거성의 선배 도종호 보냄? 이거 누구 전화기야?”

바퀴에 체인을 감느라고 점퍼를 벗어둔 것이 문제였다. 물론 벨이 울린다고 남의 점퍼 주머니를 뒤진 부장도 문제였지만…. 지원팀 모두 바퀴에 매달려 있었고 그중 끗발 높은 부장 혼자 지원차량 안에 앉아있던 중 마침 거성그룹 도종호의 문자가 배달된 것이었다.

“누가 거성그룹 도종호의 후배냐고?”

도종호의 후배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더니 극구 변명하기 시작했다. 하긴 간첩질한다고 오해받는 것보다야 선배를 매도하는 편이 훨씬 나았을 것이다. 나중에 동창회에서 도종호를 만나 삼수갑산에 끌려갈망정.

“잘 알지도 못하는 선배가 자꾸 그런 문자를 보낸다니까요? 정신 나간 사람이에요, 그 선배.”

그러니 어쩌랴. 간첩 혐의를 벗으려면 부장이 보는 앞에서 단호한 응답 메시지를 보낼 수밖에. 자고로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이 얼빠진 양반아! 우린 유민그룹 호크아이 지원팀이다. 거성 팀은 탈락한 지 오래다. 앞으로는 전화번호 확인해서 똑바로 눌러라. 이상!’

그 후배는 눈물을 머금고 이렇게 응답 문자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알리바바 더보기


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