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라클레스는 양성애의 챔피언일까?(Hercule, champion de la bisexualite ?)
모든 사람이 헤라클레스를 알고 있다. 몽둥이를 든 그는 종종 질서와 공중도덕의 수호신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이 고대의 주인공은 양성애를 찬양하는 시집인 ‘헤라클레스의 에로티시즘’ 속에서 참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54세 나이의 미셸 림(Michel Rime)은 스위스 저널리스트이자 시인이다. 그는 자신의 성적 취향을 헤테로 70%, 호모 30%로 규정한다. 낭랑하고 상냥한 그의 목소리는 골방에서만 지낸 듯한 수척한 몸과는 아주 대조를 이룬다. 림은 ‘사나이 같은’ 남자다움과 매혹적인 모습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그러기에 그의 작품은 하나같이 이중적이다.
림에게 모든 것은 20살 때부터 시작됐다. “멋진 남자와 처음 잠을 잤을 때 내게 양성애 취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죠. 나는 24세까지 그와 함께 살았습니다. 그 후 나는 여자들을 체험했고, 그러는 동안에도 남자들과 계속해서 관계를 가졌습니다. 내 동료들은 그 사실을 모두 알고 있어요. 내 입장은 늘 분명했습니다.
내가 지금 사랑하고 있는 여성은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이 남자들과 나누는 사랑을 반대하진 않아요. 내가 그것을 제공할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어려운 순간도 있을 거예요. 예를 들어 남자 애인 두 명이 여행을 떠나자고 동시에 제안할 때처럼 말이에요.”
‘헤라클레스의 에로티시즘’ 속에서 페로몬으로 충만한 미셸 림의 시어들은 격렬히 요동치면서 기묘한 비전을 제시한다. “아무도 속이지 않으며/여자와/남자에게 자신을 허용할 수 있을까/(...)속삭임과 습기/오줌을 누는 욕조 앞에서/그의 음경은 딱딱하네/성수반(聖水盤)의 차가운 돌 위에서/사람들은 그의 고환을 가득 채운다오/플라스틱 궁륭 아래서 그의 가슴은 만개하고/그 주위에 다른 사람들이/완벽하게 몸을 감춘 채/작은 구멍이 난 가면을 쓰고 있네/그들 목소리에서 곰팡내가 나나니.”
헤라클레스에게 헌정된 이 시를 통해 미셸 림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신화를 재해석하고 있다. 그의 해석은 라텍스를 입힌 켄타우로스 축제이자, 악의 형제들 사이를 무수히 오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이며, 남녀 여러 명이 함께 사랑을 나누는 난교 파티에 대한 예찬이기도 하다. ‘준비를 마친’ 헤라클레스는 지나가는 모든 자를 덮치며, 모든 것에 애정을 느낀다. 모든 것을 맛보려 드는 것이다.
미셸 림은 고대의 반신반인(半神半人)에 대한 신화를 발견한 지 1년 후에 ‘헤라클레스의 에로티시즘’을 출간했다. “대영박물관에서 고대미술을 담당하는 한 학예관은 사람들이 헤라클레스의 사랑이야기보다 그가 겪은 12가지 노역에 더 관심을 가진다고 불평해댔습니다. 그의 생각이 저를 놀라게 했지요.
2001년이 되자 이번에는 도미니크 페르난데즈(Dominique Fernandez)가 ‘이름을 감히 발설한 사랑’이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헤라클레스에 대한 비밀을 열어 젖혔습니다. 이 책 역시 내 눈을 뜨게 만들었죠. 단번에 나는 헤라클레스의 진면목을 알아냈습니다. 이전까지 나는 헤라클레스를 근육질무뇌충으로 간주했었거든요.”
보디빌딩을 한 근육질 몸매를 뽐내지만 헤라클레스는 ‘이두근(二頭筋) 챔피언’이나 이성을 사랑하는 남성적 힘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고대와 르네상스, 그리고 18세기 말에 이르기까지 헤라클레스는 남성적 양성애를 상징하고 있었다. 도미니크 페르난데즈는 이를 압축적으로 설명한다.
“헤라클레스는 12개 노역 이미지가 정형화시킨 마초 근육덩어리도, 충성과 ‘미덕’의 모델도 아닙니다. 양성애자였던 그는 힐라스, 이올라오스, 에우리스테우스 같은 젊은이들과 관계를 공유했습니다.”
요람에서부터 손으로 뱀을 죽이고, 아우기아스의 외양간을 청소하며, 네메아의 사자 목을 조르고, 레르나 숲에 사는 히드라를 죽이며, 아마조네스 여왕이자 자신을 미친듯이 사랑하던 히폴리투스의 혁대를 되찾아오고, 체르베로를 결박한 헤라클레스지만 바로크 화가들의 그림에는 모호한 싸움을 벌이는 장면들이 종종 등장한다. 우람한 자신의 가슴에 안겨 황홀해하는 적들을 포박한 후 헤라클레스는 남녀 가릴 것 없이 강렬하게 포옹한다.
또 그들을 땅에서 일으키고, 무릎 꿇게 하며, 꼼짝달싹 못하게 하거나 자신에게 복종하게 만든다. 그런 다음 완전한 나체로 혹은 단지 사자 가죽만을 걸친 채 거대한 몽둥이를 들고 길을 떠난다. 사자 가죽은 근육질 허리를 더욱 부각시켜준다. 헤라클레스는 타고난 양성애자였다.
그는 부드러움과 여자들이 하는 일을 좋아했다. 헤라클레스는 여장하기를 부끄러워하지 않았고, 사랑하던 여인과 역할을 바꾸는 일을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전설과 관련된 한 에피소드가 헤라클레스의 성적 모호성을 보여줍니다”고 도미니크페르난데즈가 주장한다. 모든 바로크 오페라에서 거세된 존재인 카스트라가 헤라클레스 역할을 떠맡으며 그의 성적 정체성을 보여주듯이.
“리디아에서 옴팔레 여왕의 정부가 된 헤라클레스는 사자 가죽을 황금 팔찌, 노란 의상, 자줏빛 숄, 마이오니아식 혁대와 교환한 후 여성 모습을 하고 그녀 앞에 나아가지만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헤라클레스는 양털을 잣기도 했다. 수많은 그림들은 자신의 귀를 쓰다듬고 있는 옴팔레 발밑의 헤라클레스 모습을 보여준다. 헤라클레스 위에 의기양양하게 발을 올려놓고 있는 옴팔레 풍경도 있다. 반면 헤라클레스는 웃음 짓는 소녀들에 에워싸인 채 가사일의 즐거움에 빠져 있다. 헤라클레스야말로 진정 양성애 리비도의 스타는 아닌지? 미셸 림의 ‘헤라클레스의 에로티시즘’은 2008년 위뮈스(Humus) 출판사에 의해 간행됐다.
글=아녜스 지아르(佛칼럼니스트),번역=이상빈(문학박사ㆍ불문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