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만큼 했다” 의지 단호…특혜 논란 등 딜레마 불구 내부결속·후계구도 정립 과제 남아 연임 가능성도
언제나 온화한 얼굴이지만 요즘 유독 그의 표정엔 만감이 교차한다. 큰 산을 넘었다는 안도감과 성취감 그리고 ‘아름다운 퇴장’에 대한 의지가 묻어난다. 물론 세간의 특혜논란에 대한 섭섭함도 어디엔가 감춰져 있을 것이다.
지난 1997년 하나은행장에 오른 이후 15년간 최고경영자(CEO)를 맡아온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우여곡절로 점철된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서 그는 늘 ‘직(職)’을 걸고 승부해왔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았던 그지만 최근 ‘아름다운 퇴장’을 바라는 그의 결심은 세간의 생각보다 훨씬 확고해 보인다. 결국 지난달 31일 열린 하나금융 경영발전보상위원회(경발위)의 차기 회장 후보군에 김 회장의 이름은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외이사들은 1년 더 자리를 맡아달라고 강력하게 주장했지만 그는 단호했다고 한다. “김 회장을 설득하기가 어려워보인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당초 김 회장이 1년 정도 자리를 더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외환은행 인수전을 주도했으니 향후 통합 작업까지도 마무리 짓지 않겠느냐는 예상이었다. 그의 연임을 주장하는 이들의 논리도 그것이다. 하지만 김 회장은 “자리가 사람을 만들고 하나금융은 충분히 시스템으로 이끌 수 있다”고 퇴진 의지를 밝힌다.
지난 15년간 하나금융을 이끌면서 “할 만큼 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여기에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특혜 논란 등도 부담이다. 사실 MB와의 두터운 친분 덕에 외환은행 인수가 가능했다는 비난도 적지 않았다. 자칫 ‘하나금융그룹을 위한 일’이 ‘자신을 위한 일’로 치부될까 우려한다.
하지만 김 회장의 연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내부 결속이 중요한 시점에 리더십의 부재도 그렇고 ‘완벽한 후계구도 정립’을 아직 완성하지 못한 점도 아쉽다. 하지만 무엇보다 후임 회장이 누가 되든 1년도 남지 않은 정권교체기 정치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지금까지는 자신이 해 온 일이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 경발위는 오는 3월에 열릴 주주총회 이전까지 최대한 김 회장에 대한 설득 작업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차기 회장 후보군에 대한 인터뷰 및 내부심사 등도 최대한 늦추기로 했다.
금융계 최장수 CEO인 ‘승부사’ 김 회장이 이번에는 과연 어떤 결단을 내릴지 금융계 안팎에서는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하남현 기자/airinsa@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