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괄태충(括胎蟲)들의 퀴어 난교파티’(Les partouzes queer des limaces)
동물들에게도 트랜스섹슈얼리즘 사례가 존재할까? CNRS(프랑스 국립과학원) 연구진은 ‘동물들의 섹슈얼리티’란 책에서 수컷 쥐며느리가 알을 낳을 수 있고, 일부 달팽이가 암컷인 동시에 수컷이라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우리를 놀라게 한다.
동물들이 수컷이나 암컷 중 하나라는 것은 편견이다. 또 그런 생각은 자본주의에 희생됐거나 사회문화적 악영향으로 타락하고 퇴폐적으로 변한 인간들에게서만 ‘제3의 성’이 존재한다고 오해하게 만든다. 몽펠리에 기능 및 진화환경학 연구소 소속 필립 자른(Philippe Jarne) 연구원과 부르고뉴대학의 진화환경학 전문가인 티에리 리고(Thierry Rigaud)의 시각에서 볼 때 이런 편견들은 근거가 없다.
“대부분 자신의 경험에 여과시켜 생물계를 바라보면서 인간은 섹슈얼리티에 대한 이분법적 견해를 오랫동안 정상으로 여겼습니다. 다른 형태의 모든 조합을 자연에 반하는 것으로 규정했지요.
그러나 완전히 다른 개체들 속에 신비로운 방식으로 분리된 두 가지 성의 존재를 일반 규칙으로 설명해낼 수 없습니다.” ‘동물들의 섹슈얼리티’ 속에서 두 연구자는 ‘양성구유(兩性具有ㆍ헤르마프로디즘)와 트랜스섹슈얼리티’ 문제에 대해 하나의 장 전체를 할애하고 있다.
양성구유는 동일한 몸 안에 남성과 여성 두 개 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그리스 신화는 헤르마프로디토스를 탁월한 아름다움을 가진 존재로 묘사하고 있다. 살마키스 요정이 그에 대해 사랑을 느끼나 소용없다. 헤르마프로디토스가 요정을 무시한 것이다.
연모하는 대상이 어느 날 호수에서 멱을 감고 있을 때 요정은 모든 힘을 다해 그에게 달라붙어 더 이상 헤어지지 말자고 간청한다. 신들이 그녀의 간청을 받아들여 둘의 몸은 하나가 된다.
“동물들의 약 5%가 남녀양성자웅동체입니다. 그러나 양성을 반드시 동시에 드러내지는 않습니다”라고 필립 자른이설명한다. 5%라는 수치가 미미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대부분 성이 분리돼 있는 곤충 그룹을 배제할 경우 그 비율은 무려 30%까지 올라간다. 예를 들어 복족류(腹族類) 같은 일부 동물군에서는 종의 70%가 남녀양성 자웅동체이다.
가장 친숙한 사례는 정자와 난자를 동시에 만들어내는 부르고뉴 달팽이이다. 두 마리의 짝은 교미할 때 두 가지 성 역할을 동시에 맡는다. “한 개체는 자신의 생식관 안에 자신의 정액과 하나 혹은 여럿 파트너의 정액을 보유할 수 있다.” 민물달팽이의 경우 파트너 중 하나가 수컷 역할을 담당할 경우 다른 파트너는 암컷 역할을 수행한다. 다음 짝짓기를 할 때 역할을 바꾸기도 한다. 지렁이에게서도 마찬가지 일이 벌어진다.
산호의 경우 상황은 보다 복잡하다. 각 개체는 남녀양성 자웅동체일 수도 있는 ‘모듈’ 전체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산호는 무작위적인 방식으로 생산된 웅성(雄性) 배우자와 자성(雌性) 배우자를 물속에 쏟아낸다.
호기심을 끄는 또 다른 남녀양성 자웅동체가 있다. 길이가 15cm인 코르시카 괄태충(括胎蟲)이 바로 그것인데, 페니스 길이가 무려 75㎝에 달한다. “이 괄태충들은 나선형으로 감기는 남근을 나무에 매달아둔 채 번식합니다.” 끈끈이대나물일까? 아니, 오히려 흡관(吸管)에 가깝다. 괄태충들은 펌프로도 사용되는 남근 끝으로 정액을 교환한다. 빨아들인 정액이 ‘암컷의 길’ 속에 안착하는 것이다.
연속적인 형태의 남녀양성 자웅동체 사례도 존재한다. “개체가 수컷 상태로 성생활을 시작한 후 나중에 암컷 상태를 거칠 때 우리는 그것을 웅성선숙(雄性先熟)이라 부릅니다. 반면 성생활이 암컷 상태로부터 시작하는 자성선숙(雌性先熟), 일생동안 내내 성이 바뀌는 남녀양성 자웅동체 교차 상황은 훨씬 더 적게 일어납니다.
연속적인 형태의 남녀양성 자웅동체는 산호, 환형동물, 갑각류, 물고기 종류에서 발견됩니다. 가장 많이 알려진 종류는 짚신 고둥인데, 라틴어로 ‘크레피둘라 포르니카타(Crepidula fornicataㆍ‘사창가의 작은 신발’이란 뜻)’란 달콤한 이름을 갖고 있죠.”
트랜스섹슈얼리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두 명의 연구자들은 여러 페이지에 걸쳐 성의 염색체 결정론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대부분의 동물들에게 있어 개체의 성적 표현형(외부적 및 내부적 성적 특징)은 성적 유전자형(염색체 배열)에 부합한다.
하지만 성적 표현형이 유전자형에 부합하지 않는 사례들도 다수 발견된다. 따라서 이 경우 실질적인 트랜스섹슈얼리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가능하다. 왜냐하면 만들어진 성이 유전적으로 미리 계획된 성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연히 두 가지 타입의 트랜스섹슈얼리티를 구분해야 한다. 중금속이나 살충제 등 오염물질에 의해 우발적으로 만들어진 트랜스섹슈얼리티와 유전적 계승에 따라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트랜스섹슈얼리티가 그것이다. ‘우발적’인 경우, 성 염색체의 계승이 시원찮을 때나 내분비선 체계에 장애가 있을 때 트랜스섹슈얼 개체는 생식력을 잃는다. 인간에게서는 이런 사례가 극히 드문 반면 동물들에게서는 종의 진화에 어떤 충격도 주지 않는다. 후손들에게 그 어떤 유전도 낳지 않기 때문이다.
계승되는 트랜스섹슈얼리티는 보다 사례가 풍부하다. “갑각류, 곤충, 일부 진드기류를 포함한 무수한 종류의 절지 동물문(節肢 動物門)에서 발견된다. 수컷의 발육을 초래할 수도 있었을 염색체 구성을 보유하고 있다 할지라도, 이 부류에 속하는 일부 암컷들은 완벽하게 기능적으로 자체 번식할 수 있다.
이 경우 트랜스섹슈얼리티는 특별한 환경조건에 연결되어 있지 않으며, 모든 경우 트랜스섹슈얼 암컷은 자체적으로 트랜스섹슈얼 암컷인 존재들을 거의 유일하게 만들어내면서 특별하고도 괄목할 만한 특징을 후손에게 계승시킨다.”
전형적인 경우는 일부 박테리아들의 영향 때문에 유전학적으로는 수컷임에도 불구하고 암컷 특징을 드러내면서 알을 낳는 쥐며느리들이다. 기생 박테리아가 숙주의 알을 통해서만 계승되기에, 성 변화의 원인을 기생 박테리아 존재 속에서 찾아야 한다. 기생 박테리아의 관심사는 암컷 속에서 사는데 있지, 수컷이 아닌 것이다.
두 명의 연구자들은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리고 있다. “암수가 다른 몸을 가진 인간으로서의 우리 위상이 생물계 성에 대해 단순하고 고정된 이미지를 갖도록 한다. 우리 눈에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적으로 보이는 양성구유(兩性具有)와 트랜스섹슈얼리티가 동물들에게 아주 빈번하며, 식물들 역시 예외가 아니다.
진화 가능성이 대단히 높은 이러한 특징들 대부분이 최근 들어서야 발견되었으며, 전체적으로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프랑크 세질리(Frank Cézilly)가 주도해 편찬한 ‘동물들의 섹슈얼리티(La sexualité animale)’는 르 포미에(le Pommier) 출판사에서 나왔다.
글=아녜스 지아르(佛칼럼니스트), 번역=이상빈(문학박사ㆍ불문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