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의 나신(裸身)들, 프랑스식 노출증’(Nues dans le metro: exhib a la francaise)

나른한 모습의 젊은 여성이 지하철 타일벽에 기대있거나 지나가는 열차 앞에 서서 자신의 가슴과 엉덩이를 사람들에게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나신을 쳐다보지 않는다. 이런 일이 가능하기나 할까?

31세의 잠 아블라네(Jam Abelanet)는 포스트프로덕션을 맡고 있는 그래피스트이자 광고와 영화 쪽의 특수효과 일을 하고 있다. 그는 2007년 9월부터 나체사진을 찍기 시작했는데, 사진들은 인적 없는 지하철 철로 위, 혹은 시테, 아르제메티에, 케뒤룰 같은 유명 지하철역 매표소 앞에서 젊은 여성들이 옷을 벗고 있거나 밧줄에 묶인 모습들이다. 노출증에 대한 자유가 없기에 프랑스에서 이런 사진들은 대단히 희귀하다. 지하철의 경우라면 두말할 여지가 없다.

나체주의 전통이 아주 오래 전부터 정착된 독일, 러시아 라트비아 같은 북쪽 국가들에서는 거리나 슈퍼마켓 혹은 군중들이 모인 장소에서 완전히 벗은 여성의 나체사진을 찍기가 어렵지 않다. 그네들은 관용적이고 벗은 몸에 대해 충격을 느끼지 않는다.

만일 프랑스라면 경찰이 즉시 개입해 옷을 입으라고 명령할 것이다. 왜 그럴까? 프랑스는 법적으로 사생활과 공공생활을 엄격히 구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 나체와 섹슈얼리티 문제는 사생활 영역에 속한다. 공공장소에서 그걸 드러내면 안 된다.

이런 전통은 1804년 3월 21일 프랑스 민법을 선포한 나폴레옹 때부터 시작됐다. 개인 및 가족의 권리, 풍속, 결혼, 이혼, 유산과 관련된 모든 내용을 담고 있던 민법은 섹슈얼리티에 관한 한 아주 자유로웠다. 서로 동의하는 성인들 간에는 모든 자유를 허용한 것이다.

프랑스인들은 유럽에서 처음으로 그룹섹스를 누릴 자유를 얻었고, 남색(男色)을 즐길 권리를 보장받았다. 침실이라는 사적 영역, 가능하다면 열쇠를 잠그거나 완전히 밀폐된 공간 안에서 일들이 벌어진다면 전혀 문제될 게 없는 것이다.

그러기에 브래지어, 나신 등 일반적으로는 숨어 있어야 할 모습을 보는 일은 프랑스인들을 흥분시킨다. 프랑스인들은 일탈 장면과 나체 이미지를 즐겨 훔쳐 본다.

잠 아블라네의 사진은 이런 프랑스식 노출증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작품들이다. 모델들은 옷을 완전히 벗고 있진 않다. 그들은 순식간에 엉덩이나 몸매를 드러낸 다음 바로 외투 속에 자신을 숨기며, 밧줄에 묶여 있거나 팬티를 입고 있을 때도 있다. 가슴은 유두만 가린 채다. 독일인인 마티아스 로이스(Matthias Reuss)가 펴낸 에로틱한 저서에서 찾아낼 수 있는 의기양양하고, 자연스러우며, 억압 없는 나체주의와는 전혀 다르다. 대신 잠 아블라네는 금기와 숨바꼭질을 즐긴다.

위험한 내기임에 틀림없다. 검열을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 “‘지하의 판타지’라는 내 책의 콘셉트는 더럽고도 위험하기로 소문난 지하철과 여성의 몸매가 드러내는 아름다움 사이의 대조를 극도로 강조하는 데 있습니다”고 잠은 설명한다. “당연히 파리 지하철 이미지는 아주 부정적입니다.

그러나 파리 지하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위험하지 않습니다. 10년 동안 매일 사진을 찍었지만 제가 어려움을 겪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보안요원들이 상주하고, 감시카메라가 도처에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보안요원과 감시카메라는 내가 사진을 찍을 때 무척 신경을 쓰는 대상입니다. 그들을 피하기 위해 극도로 주의를 기울입니다.”

잠 아블라네는 주로 모르간이라는 모델과 작업한다. 그들은 완전히 불법으로 지하철에 잠입한 후 터널, 출입제한지역 같은 초현실주의적인 장식을 배경으로 재빨리 사진을 찍는다. 아무도 바라보지 않는 순간을 택해 플랫폼에서 아름다운 여자 모델 사진을 찍기도 한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을 지켜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직 두 개의 사진에서만 지하철 탑승객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이들은 디지털 작업을 통해 사진에 추가된 인물들이다. 때로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특수효과가 동원되기도 한다.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때의 파리 시민들 모습, 다시 말해 무감각하고도 무심한 얼굴들이 사진에 추가되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 앞에서 자태를 뽐내는 여성들의 아름다움에 아예 관심이 없다.

<잠 아블라네에게 던진 3개 질문>

-당신은 파리 지하철을 좋아하세요?▶ 나는 밤에 이 장소에서 일어나는 신비스러운 일들을 좋아합니다. 사람들이 들끓는 지하철은 세계의 축소판이자 밀폐된 우주입니다. 그곳에서는 쥐처럼 살아가는 노숙자들로 채워진 미로이기도 합니다. 나는 지하철 속의 숨겨진 장소들, 거대한 통로들을 사랑합니다. 파리 지하철은 사랑과 범죄의 역사와 관련된 증인이자, 유령이 넘쳐나는 ‘바쁜’ 장소입니다.

-당신에게 관음증이 있나요?▶ 나는 가벼운 옷차림을 한 여성들을 쳐다보기를 좋아합니다. 여성들을 훔쳐보면서 내가 느낄 수 있는 좌절감, 에로틱한 기분을 즐기는 편입니다. 그것들이 상상력을 충만하게 만듭니다.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육체는 에로틱한 특성을 완전히 상실합니다. 너무나 많은 사람이 에로티시즘과 나체를 뒤섞어 버리고 있습니다. 나는 그에 동조하지 않아요. 나체는 전혀 에로틱하지 않습니다. 내 입장에서 에로티시즘은 무엇보다도 태도와 관련됩니다.

- 감시카메라를 어떻게 피할 수 있었지요?▶300개 이상의 역이 존재하며 역마다 20여개의 카메라가 설치돼 있습니다. 하지만 감시카메라로 지켜보면서도 긴장이 풀어지는 순간이 있게 마련입니다. 내게는 신속함이 생명입니다. ‘신속함’과 ‘사각지대’를 이용해 나와 모르간은 발각되는 순간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필요할 경우 즉시 덮을 수 있도록 모르간의 외투를 내 어깨 위에 얹고 다닙니다.

*‘지하의 판타지(Fantaisies souterraines)’라는 잠 아블라네의 저서는 라가주(Ragage)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글=아녜스 지아르(佛칼럼니스트), 번역=이상빈(문학박사ㆍ불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