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사건에서 돈봉투를 배달한 인물이 박희태(74) 국회의장 전 비서 고모(41) 씨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고승덕(55) 의원과 당시 여비서 이모 씨가 돈을 받았다 반환한 사실을 밝힌 가운데 돈을 건넨 배달인으로 고 씨가 특정된 것이다. ‘주고 받고 돌려준’ 구도가 구체화되며 후속 수사도 탄력을 받게 됐다.
▶고 전 비서관, 사건의 첫단추이자 핵심고리=검찰은 고 씨를 사건의 핵심고리로 보고 경기 일산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당시 자택에 머물러 있던 고 씨를 불러들여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전날인 10일 고 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이처럼 고 씨에 대해 ‘공력’을 쏟는 것은 그가 이 사건을 풀어가는 첫 단추이기 때문. 검찰은 고 씨에 대한 조사를 통해 일단 고승덕 의원 등의 진술이 사실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검찰의 이날 압수수색은 구체적인 증거확보를 위한 차원이다.
만약 고 씨가 ‘돈봉투 배달부’란 사실이 확인될 경우 검찰은 돈의 규모, 뿌린 대상, 출처 등도 캐물을 예정이다. 고승덕 의원은 "쇼핑백이 노란봉투로 넘쳐났다"고 빍힌 바 있다.
▶김효재, 박희태…거물급 줄소환 관측=고 씨는 돈봉투를 건네고 돌려받은 ‘돈 심부름꾼’이다. 검찰 조사에서 입을 열어도 사실관계 확인 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돈봉투 살포를 기획하고, 자금을 마련하고, 실행하도록 지시한 윗선에 대한 조사는 필연적이고 자연스런 수순이다.
박 의장 캠프의 상황실장을 맡아 공보, 일정, 메시지, 전략 등을 진두지휘했던 김효재(60)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의 소환이 점쳐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 의장의 당선 뒤 대표비서실장을 맡았던 김 수석은 고 의원의 폭로 초기에는 돈봉투 배달 당사자로 오인되기도 했다.
이미 10일 박 의장 측 인사 한 명을 불러들여 조사한 검찰은 이르면 금주중 김 수석을 참고인자격으로 부를 것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박 의장 캠프의 조직 및 자금 운영 상황과 돈 봉투 전달 사실 인지여부 등을 캐묻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칼 끝이 캠프를 정조준한 이상, 사건 종착지로 지목되고 있는 박 의장도 여전히 조사 대상이다. 박 의장이 방일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는 18일 전까지 고 의원 관계자와 박 의장 관계자에 대한 조사를 마칠 방침인 검찰은 박 의장이 연루된 단서가 포착될 경우 박 의장을 직접 소환하는 방안을 유력히 검토중이다.
◆일단 2008년 전대부터 본다?=고 의원의 폭로에 이은 여당의 자발적 수사의뢰, 야당의 전대 자체조사로 한나라당 2008년 총선 비례대표 공천과정과 2010년 전대, 야당의 올해 전대 등도 수사 가능성은 열려 있는 상태다. 하지만 검찰은 먼저 나서서 수사를 확대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당초 정계는 검찰의 ‘돈선거’ 전방위 수사를 부추기다시피 했지만 돈봉투 살포가 사실상 관행인 마당에 득보다 실이 클 것으로 우려하는 내부 목소리가 커지며 거의 하루 새 태도를 바꿔 몸을 사리고 있다.
검찰은 이에 따라 공식적인 수사의뢰가 접수되지 않은 건은 미뤄두고 우선 정식 수사의뢰를 받은 2008년 전대 수사에 집중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구체적 멘트와 팩트가 나온 것’부터 손을 대겠다는 것이다.
조용직 기자/yjc@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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