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에 연루된 인물들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나오고 있지만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어 검찰 수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에게 현금 300만원을 전달하고 되돌려 받은 인물 지목된 고명진 전 보좌관은 검찰에서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4년 전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언론에 말한 고씨는 11일부터 계속된 검찰 조사에서도 태도를 바꾸지 않은 것이다.
또 전당대회 당시 서울지역 30대 당협 사무국장에 50만원씩을 돌리라고 소속 구의원들에게 지시한 의혹을 받고 있는 안병용 한나라당 은평갑 당협위원장도 거듭된 검찰 조사에서 “돈을 전달한 적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이 확보한 서울과 부산지역 38곳 당협 현역 의원 등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힌 문건에 대해서도 “조직관리를 위해 작성한 것”이라며 금품살포 명단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고 의원으로부터 돈을 되돌려 받은 뒤 전화를 건 인물로 알려진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은 아예 “고 의원과 말 한마디 해 본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의혹의 최정점에 선 박희태 국회의장 역시 의혹 자체를 부인하며 해외 순방을 이어가고 있다.
사건의 실체에 다가가기 위해 이들의 진술이 무엇보다 중요한 검찰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특히 고씨 등이 지난 8일 이후 해외에 머물고 있는 박 의장과 여러 차례 통화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증거인멸 및 말 맞추기가 우려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고씨에 대한) 체포영장이 기각되면서 차분히 조사할 시간이 없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검찰은 우선 돈을 받은 고 의원실 여비서와 고씨의 대질을 통해 돈 전달자를 특정할 방침이다. 돈을 전달한 사람이 밝혀지면 이 돈의 출처와 지시한 윗선까지 거꾸로 타고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안씨로부터 돈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구의원들을 불러 조사하는 등 안씨를 압박해 원외 조직에 뿌려진 돈줄을 잡아 나갈 계획이다.
김우영 기자/kwy@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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