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에 청소년 잇단 자살 왜?

“친구 문제…너희가 알아서 해”

보호대책은 커녕 합의만 종용

모범생이 지적 장애아로 충격

최근 대전에서 학교폭력과 왕따로 고민하던 학생이 자살한 사건과 관련, 담임교사가 “친구끼리 문제이니 내가 개입할 일이 아니고, 너희끼리 해결하는 게 맞다”며 방기한 사실이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그러나 교사, 혹은 교육당국의 무사안일주의는 이번 건에서만 벌어진 현상은 아니다. 이런 가운데 학교폭력은 계속되고 있다.

▶학교폭력에 시달린 모범학생, 결국 지적장애아로=청소년폭력예방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경기도 하남시 모 여중에 다니던 A(14)양은 또래 6~7명에게 집단폭행을 당한 후유증으로 지적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

조사 결과 이들은 서울에서 이사왔다는 이유로 A양을 괴롭히기 시작했고, 발로 배를 걷어차고 몽둥이로 때리는 등 마구 구타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에서 초등학교에 다닐 때 학교 부회장을 할 정도로 활달했던 A양은 폭력에 시달린 끝에 대인기피증이 생기고 공간지각력이 떨어져 현재 하남에 있는 특수학교에 다니고 있다. 재단 측은 “A양 어머니가 학교 측에 가해 학생에 대한 처벌을 강력히 요구했지만 교장이 바뀌면서 유야무야 끝났다”고 전했다.

지난 9월 말 서울 구로구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던 B(17)양도 같은 급우로부터 집단 괴롭힘을 당한 뒤 심장약을 과다 섭취해 자살을 시도했지만 어머니가 먼저 발견해 목숨을 건졌다. 가해자는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B양의 머리에 가래침을 뱉는가 하면, 학교에서 옷을 벗기는 행위까지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B양 가족도 가해학생에게 강력한 처벌을 원했으나 학교 측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조사에 미온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B양은 현재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학교는 ‘쉬쉬’=국가인권위원회가 펴낸 최근 몇 년간 학교폭력에 관한 상담사례를 보면 학교가 폭력을 알고도 방치하거나 사태 해결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피해를 입은 학생이 문제 제기를 해도 학교는 합의를 종용하는 등 사안을 덮기에만 급급했다.

초등학교 3학년생 딸을 둔 C씨는 2009년 어느날 밤 딸이 가슴통증과 호흡곤란 증세를 호소해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딸에게서 멍과 상처를 발견한 C씨는 딸이 2년간 상급생에게 거의 매일같이 폭행당했다는 청천벽력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나 1차 학교폭력자치위원회에서 학교 측은 ‘증거가 없다’며 폭행 사실을 무시했다. 이어진 2차 자치위원회에서 C씨는 소견서 등 증거를 제출했지만 정작 피해학생에 대한 강제전학 통보를 받았다.

일선 경찰서 청소년사건 담당자는 “경찰에 들어오는 학교폭력 사례는 학생끼리 돈을 뺏거나 때린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 합의 차원에서 오는 일이 대부분”이라며 “학생 사이에서 진짜로 일어나는 폭력을 교사가 알아도 모른척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재현 기자/madpen@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