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보신각터 관리소장 신철민씨
재야의 타종 등 관리 도맡아
시민과 함께하는 보신각 포부
3대째 보신각터 지킴이로 가업을 이어온 사람이 있었다. 그의 정식 직함은 서울시청 문화재과 소속 보신각터 관리소장. 그는 마흔부터 여든까지 40년간 보신각터를 지켰다. 그런데 그가 세상을 떠났다. 그의 나이 여든이 되던 지난 2006년 12월이었다. 주인공은 고(故) 조진호 씨.
한국문화재보호재단 등에서 일하며 전통문화 관련 업무를 맡았던 신철민(37·사진)씨는 보신각터를 활용한 전통문화 체험이벤트 준비를 위해 2006년 9월께 조 씨를 처음 만났다. 타종이나 터 관리 방법을 전수받기 위해서였다.
어느 정도 일이 익숙해지던 2006년 12월, 신 씨는 조 씨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들었다. 길어야 몇 개월 함께한 조 씨에 대한 마음이 왠지 각별했다. 그는 조 씨의 입원기간 10일 중 9일을 병문안했다.
인연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조 씨의 부인이 신 씨를 자식처럼 대해줬던 것. 결국 신 씨는 마치 자식처럼 조 씨의 관을 운구하는 일에 관여하고 화장 장면도 지켜봤다.
조 씨가 별세한 후 2006년 재야의 타종 행사의 실무는 신 씨가 직접 맡았다.
이듬해인 2007년 여름에는 정식으로 서울시의 보신각터 관리업무 공무원 채용 시험에 응시해 합격, 당당히 계승자로 거듭났다. 그의 업 무는 크게 타종행사, 문화유산 해설, 터 관리에 관한 일이다.
“보신각은 파루(오전 4시께)에 33번, 인정(오후 10시께)에 28번 울립니다. 제석천의 33개 하늘이 열린다는 뜻에서 33번, 28수 별자리에서 유래해 28번을 치죠.” 그의 타종 설명이 그럴듯하다.
올해로 만 4년을 넘긴 신 씨는 “매일 시민들과 호흡하며 보신각터의 역사를 알리고 지키는 제 업무가 천직인 것 같다”고 했다.
그가 정식 보신각터 지킴이로 거듭난 후 다양한 보신각터 문화체험 프로그램이 생겨났다. 1953년부터 시작된 연말 ‘재야의 타종’ 행사의 전통을 이어가는 것은 기본이고, 수능 100일 타종행사, 어린이날 타종행사, 일일 상설 타종행사 등을 진행하며 시민들과 울고 웃는다. 최근 타종행사를 신청한 남성이 ‘프로포즈를 도와달라’고 해 사랑의 메신저가 된 적도 있고, 임용고시에 떨어진 학생이 ‘타종한 뒤 합격했다’며 다시 찾아와 함께 울고 웃기도 했다.
신 씨는 “보신각을 지키고 빛내는 것이 이제는 삶이 됐다”면서 “새해는 보신각이 좀 더 시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수한 기자/soohan@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