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원 SK그룹 수석 부회장이 거액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9일 구속수감됐다. 한 달여간 숨가쁘게 달려온 검찰 수사는 이제 그룹 최고 윗선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만 남겨놓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김환수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전날 최 부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중희)는 최 부회장이 2008년 SK그룹 계열사 18곳이 창업투자사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투자한 2800억원 가운데 992억원을 전용한 과정을 주도한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 중 497억원은 베넥스 대표 김준홍(구속기소) 씨를 거쳐 김원홍(해외체류) 씨에게 흘러들어갔다. 김원홍 씨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선물투자를 담당한 인물이다.

또한 김준홍 씨에게 저축은행에서 768억원을 편법으로 대출받고, 차명 보유한 비상장사 IFG 주식을 액면가의 700배에 사들이도록 지시해 베넥스에 200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힌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이 파악한 최 부회장의 횡령·배임 액수는 1960억원대에 달한다.

검찰은 지난 1일과 7일, 22일 세 차례에 걸쳐 최 부회장을 불러 조사했다. 최 부회장은 당초 혐의를 부인했으나 검찰이 19일 최 회장을 소환조사하는 등 압박해오자 일부 혐의에 대해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 회장의 개입 여부에 대해선 철저히 입을 다문 것으로 전해졌으며, 최 회장 역시 검찰 조사에서 “500억원 정도는 주식을 담보로 쉽게 조달할 수 있다”며 투자금을 횡령할 이유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거액의 회삿돈이 움직이는 과정을 그룹 총수인 최 회장이 몰랐을리 없다는 지적과, 이렇게 자금이 빼돌려진 이유가 결국 최 회장의 선물투자 및 손실 보전 때문이라는 점에서 최 회장이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디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SK계열사들이 베넥스에 투자할 당시 최 부회장은 계열사 대표이사로, 단독으로 거액의 회사자금을 집행할 수 있는 지위가 아니었던 사실도 최 회장이 관여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와 별도로 최 회장이 그룹 임원들의 성과급을 부풀려 지급한 뒤 일부를 빼돌리는 수법으로 2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도 최 회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다만 형제를 모두 구속하는 건 가혹하고 전례가 드물다는 지적에 따라 형인 최 회장은 불구속 기소 가능성이 점쳐진다. 경제계에서는 그룹 수뇌부가 동시에 구속될 경우 경영공백이 발생하고 대외 신인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최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를 결정짓고 사건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김우영 기자/kwy@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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