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구조·마약탐지 등 多분야서 명품활약…한마리 키우는데만 2억원 ‘귀하신 몸’

특수견(犬)들이 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황구와는 족보부터가 다르다.

특수견들은 긴급 상황시 인명을 구조하고, 각종 범죄를 저지른 범인의 채취를 쫓아가고, 마약류 등의 냄새를 맡아 찾아낸다. 해외 여행객들이 국내에 들어올 때 각종 동식물을 가방에 담아 오는 것을 찾아내기도 한다. 국내 특수견들은 경찰청, 119구조대, 농림수산부, 관세청 등에서 길러진다. 여기에 군대에서 기르는 군견도 있다.

최근 찾은 경기도 남양주 별내면 중앙119구조대. 119구조대 안에 들어서니 건물 한 채가 무너져 있다. 한쪽은 다 내려 앉아 2, 3층의 내부가 훤히 드러나 보인다. 붕괴된 건물의 잔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무너진 건물 앞 잔해 속에 승용차 지붕이 살짝 보인다. 이때 “뛰어”라는 소리와 함께 셰퍼드 한 마리가 건물 쪽으로 뛰어간다. 곧이어 승용차 안에 있는 사람을 찾아낸 셰퍼드가 이내 짖어대기 시작했다. 곧 트레이너 현광섭(42)씨가 개를 향해 뛰어간다. 현씨는 개를 쓰다듬으며 “백두, 옳지 옳지”라며 칭찬했다.

한번 특수견은 영원한 특수견! 최근 119구조대에서 본 상황은 실제가 아니다. 붕괴된 건물도, 차도, 사람도 모두 훈련 상황이다. 중앙119구조대는 운동장 한쪽에 구조훈련을 위해 실제 현장과 똑같은 상황을 만들어 놓고 구조견들을 훈련시키고 있었다. 가상의 사고 현장에서 구조대가 사람을 수색하는 훈련은 구조견들과 함께 계속 이어졌다.

구조대와 사고를 당한 사람들의 채취가 섞인 현장. 구조견들은 사고를 당한 사람들의 냄새를 찾아내야 한다. 트레이너 정소애(31ㆍ여)씨는 잔해더미 속에 몸을 숨겼다. 사고를 당한 사람을 가장한 것.

이번에는 핸들러 김경림(40)씨가 손짓으로 특수견 백두에게 멀리서 명령을 내렸다. 건물더미 위에 올라간 백두가 오른쪽으로 향하는 김씨의 손을 보고는, 오른쪽으로 옮겨가 사람들 사이에서 정씨를 찾아냈다.

중앙119구조대는 지난 4월부터 인명구조견 양성을 맡아 하고 있다. 인명구조견 양성은 국내 모 기업에서 해왔지만 구조견 육성의 필요성이 증가함에 따라 지난 4월 민간에서 일하던 트레이너 4명을 직접 채용, 구조견 육성에 들어갔다.

트레이너는 개들을 훈련시키기도 하고 현장에 직접 투입되는 소방관들에게 핸들러 교육을 시키기도 한다.

어떤‘개’가‘견’(犬)으로? 트레이너들은 자질 있는 3개월~1년 된 어린 개들을 외부에서 직접 골라 구입해, 구조견으로 훈련시킨다.

구조견은 무엇보다도 공격성이 없어야 한다. 또 ‘소리’에 대한 공포도 없어야 한다. 실제 개들이 있는 견사 앞에는 ‘이 개들은 공격성이 전혀 없으니 안심해도 됩니다’라는 안내문구가 있다.

인명구조견은 또 재난 현장과 같은 험한 지역에 투입되기 때문에 셰퍼드나 골든리트리버 등과 같은 몸집이 큰 개가 선호된다. 어린 개들은 트레이너로부터 6개월~1년 정도의 기간동안 사람을 찾아내는 훈련을 받는다. 이렇게 훈련된 개들은 생후 2년부터는 구조견으로 활동을 하게 된다. 훈련은 하루에 4~5차례 수시로 받는다.

현씨는 “개들에게 시간을 정해주지 않고 수시로 훈련을 시키고 있다”며 “언제든지 출동해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구조견들은 오직 ‘보상’으로 훈련한다. 보상에 대한 개들의 집착이 그들의 능력으로 이어진다. 사람을 찾아냈을 때, 트레이너 및 핸들러들이 던져주는 먹이나 놀이감 때문에 움직인다는 설명이다. 음식을 좋아하는 개는 음식으로, 장난감을 좋아하는 개는 장난감으로 보상한다. 현재 백두와 같은 특수견은 전국에 18마리가 있다. 중앙119구조대에서 개를 사육해 전국 소방서에 보급하고 있다. 마약탐지견·동식물탐지견도 있다 관세청이 운영 중인 마약탐지견도 있다. 마약탐지견으로는 라브라도 리트리버 품종이 주로 쓰인다. 마약탐지견은 냄새를 좇아 마약을 발견해내야 하기 때문에 후각능력이 탁월해야 한다.

관세청 관계자는 “리트리버와 같이 귀가 덮여 있는 품종은 청각이 퇴보한 대신 후각이 발달해 마약탐지견으로 선호하는 품종”이라고 말했다.

또 공항 등과 같이 사람이 많은 곳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친화력이 있고 온순하며 사회성도 뛰어나야 한다. 관세청은 우수한 종모견을 외국에서 수입, 한국에서 출산해 훈련시키는 방식으로 마약탐지견들을 길러내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마약탐지견은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 때 김포세관에서 처음 시작해 기존의 폭발물탐지견으로 쓰인 개들을 90년대 초부터 마약업무로 전환한 것으로 시작됐다.

정부부처에서 쓰이는 특수견 중 가장 오래 전에 도입됐다. 현재 현업에 투입된 특수견은 전국적으로 모두 40여마리. 농림수산업 검역관리본부의 ‘검역탐지견’은 공항 등지에서 국내 반출이 금지된 동식물 등을 찾아낸다.

검역관리본부에 따르면 탐지견으로는 주로 몸집이 작은 비글을 쓰고 있다. 비글은 작고 친화력이 있어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도 위협이 되지 않는다. 이들의 주임무는 신고하지 않고 승객들이 가방 등에 가지고 들어오는 동식물, 과실류 등을 찾아내는 것이다. 지난 2001년 구제역이 유행했을 때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현재 인천 부산 제주 등에 검역탐지견 비글 총 43두가 배치돼 있다.

검역관리본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검역을 전적으로 엑스레이에 의존했지만, 뼈 없는 고기 등은 엑스레이로 걸러지지 않거나, 주무부서로서 농수산부의 역할이 수동적이었다. 탐지견을 도입하면서 능동적인 검역이 됐다”고 말했다.

특수견들의 몸값은? 이런 특수견의 몸값은 정확히 책정돼 있지 않다. 특수견을 사고 파는 시장이 없기 때문이다. 특수견은 어렸을 때부터 탁월한 능력을 보고 이 능력을 키워서 길러지는 게 대부분이다.

한번 특수견은 죽을 때까지 특수견이다 보니 특별히 거래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어린 강아지가 특수견이 되는 과정에 투입되는 비용이 있다. 대기업에서 특수견 교육을 책임졌던 특수견 트레이너는 “한 마리를 키우는 데 약 2억원가량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글=박병국 기자/cook@heraldm.com 사진=김명섭 기자/msiron@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