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 ‘술자리 사고’ 업무상 재해 기준은
연말 송년회 시즌 각종 술자리가 늘어남에 따라 음주로 인한 사고도 늘어나 업무상 재해 여부를 가리기 위한 송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직장 송년회가 2차, 노래방 등으로 장시간 이어졌을 경우 과연 ‘업무’는 어디까지로 봐야 할까.
법원은 모임의 성격 및 주최자, 참석의 강제성 여부 등 업무와의 연관성을 엄격히 따져 판단을 내리고 있다.
▶사장이 주재, 비용까지 냈다면 업무상 재해= 회사 대표가 주최했거나 직원 대다수가 참여한 공식 회식은 귀가 중 사고까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다. 방모 씨는 2007년 12월 밤늦게까지 진행된 송년 회식을 마치고 이동하다가 발을 헛디뎌 농수로에 빠져 사망했는데, 법원은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회식이 대표이사의 주관 하에 소속 직원의 사기 진작과 단합 도모를 목적으로 이뤄졌고 방 씨는 회식에서 과음으로 거동 등에 문제가 생겨 사망했고 이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비용 부담을 누가 했느냐도 회식과 업무와의 관련성을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다.
생산직 근로자로 근무하던 김모 씨는 2006년 12월 30일 회사 송년회 1차 회식 후 간 노래방에서 동료를 찾으러 밖으로 나갔다가 도로에 쓰러지면서 뒷머리를 다쳐 사망했다. 문제는 이날 모임을 주최한 사업주가 노래방에서 일찍 자리를 뜬 것. 대법원은 “사업주가 먼저 자리를 뜨긴 했으나 노래방 역시 사업주가 계산을 마친 공식 회식의 끝 무렵”이라며 “김 씨가 술에서 깨지 못해 회식 자리에 남아있었던 것으로 이를 공식 회식 종료 이후의 사적ㆍ임의적 모임에 불과하다고 본 원심은 부당하다”고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우리끼리 기분 더 내는 2차는 불인정= 1차 회식이 끝난 뒤 사업주 등의 지배ㆍ관리 없이 일부 인원만 자발적으로 남아 2차를 즐겼을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가 인정되지 않는다.
경찰관으로 근무하던 윤모 씨는 2009년 12월 중순 퇴근 후 저녁 7시부터 같은 팀 소속 동료경찰관 13명과 함께 고깃집에서 열린 송년 회식에 참석했다. 윤씨는 1차 회식을 마친 후 2차 회식 장소인 노래방으로 이동하던 중 노래방 입구에서 발을 헛디뎌 지하계단으로 굴러떨어지는 사고를 당해 숨졌고, 유족이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은 “2차 회식이 열린 것은 소속 기관장의 지시 등에 의한 것이 아니라 소속 수사팀의 연말 회식으로 친목행사 성격이 강했다”며 “2차 회식은 1차 회식 참석인원 중에서 5명만 참석해 강제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2차 회식은 사적인 뒤풀이 모임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2007년 12월 28일 전 직원이 참석한 1차 회식 후 일부 직원과 따로 가진 2차 회식에 참석한 뒤 만취 상태에서 실족하는 바람에 바다에 빠져 익사한 조모 씨에 대해서도 업무상 재해가 인정되지 않았다.
조 씨의 유족이 낸 소송에서 부산지법은 “공식행사인 1차 회식과 달리 2차 회식은 일부 직원끼리 술을 더 마시려고 즉석에서 마련된 자리이며 참석도 강제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업무 수행과 관련됐다거나 사용자의 지배·관리를 받는 상태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오연주 기자/oh@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