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청와대 회의 스타일이 180도 바뀌었다. 10ㆍ26재보궐선거의 패배가 소통 부재와 이에 따른 2040세대의 대반란이라는 것이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회의 서두에 ”내가 해봐서 아는데~“로 시작하는 일장훈시형에서, 회의끝에 ”여러분의 의견을 정책에 수용하겠다“는 식으로 변화한 것.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달 24일 ‘건설주택시장 동향 및 대응방향’을 주제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 약 20여명의 부동산 전문가들이 모인 회의장에 들어선 이 대통령은 모두(冒頭) 발언없이 자리에 앉았다. 두시간여 동안 전문가들의 발언을 들은 뒤 짤막하게 “여러분들의 의견을 많이 들었다”고 마무리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9일 “재보궐 선거이후, 소통을 위해 청와대 회의도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며 “이후 정무수석실을 중심으로 이같은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상경제대책회의에 참석했던 부동산 전문가는 “ 회의에서 대통령이 아무런 말씀없이 끝까지 듣기만 했다”며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였으며, 전체 20여명 이상의 참석자 중 절반 이상이 마이크를 잡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이날 서울에 있는 유치원을 방문한 것도 현장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새로운 변화를 반영했다. 청와대는 “내년에 시행되는 5세 누리과정 등 유아교육에 대한 국가 책무성의 확대가 주요 업무보고 과제로 채택됐다”며 “이날 인근 공ㆍ사립 유치원 및 어린이집 교원, 학부모 20여명과 간담회를 갖고 의견을 직접 청취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14일부터 시작되는 내년 부처별 업무보고 형식도 이같은 기조에 맞춰 확 바뀐다. 간부 중심에서 벗어나 직접 정책을 집행하는 현장 실무자와 젊은 사무관들을 대폭 참여토록 했으며, 관계부처 실·국장들도 타 부처 업무보고에 교차 참석하는 등 업무보고에서 현장·실무자의 참석을 확대했다. 업무보고 장소도 청와대가 아닌 정책현장 또는 부처 청사에서 실시해 ‘찾아가는 보고’가 되도록 했다.

이같은 대통령의 스타일 변화에 대해 정치전문가들은 ”진작부터 듣는 정치를 했어야 했는데, 임기를 1년여 남겨두고 너무 늦은 감이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박지웅 기자/goahead@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