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상장사 등기임원 개별의 보수 공시에 대해 강제화 검토에 나서면서 재계와 정치권 모두가 들썩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개별 임원보수 공개가 중요한 투자판단 자료라는 점에서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다. 하지만 문제는 사회적 분위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적인 양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자칫 임원 개별 보수가 공시될 경우 고액연봉자에 대한 ‘마녀사냥’ 식의 접근으로 변색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첫 단추를 꿴 것은 진보세력이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가 2009년 3월 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는 임원보수 공시 관련 문구를 ‘임원 공시’에서 ‘임원별 공시’로 바꾸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도 시행의 키(key)를 쥔 금융위원회도 현재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처럼 금융기관이나 상장사 임원들의 보수 공시를 현행 총액기준에서 개별기준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실무적인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2009년 법안 발의에 이어 금융위의 ‘검토’가 이어지자 재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다소 감정적인 부분이 있어 보이는데, 문제는 실익이 적다. 해외 고급인재를 유치해 신성장동력을 창출해야하는 마당에 연봉 공개는 우수인력 영입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상장사협의회 관계자는 “임원의 보수 문제는 경영진과 주주의 문제다. 일반투자자에게 공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수인력 영입을 꼭 등기임원으로 해야하느냐는 점과, 이사회에 쏠린 권한을 주주총회와 나눠 경영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시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회사 임직원의 보상과 위험부담의 연계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공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에서도 해당 임원에 대한 보수 공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본시장연구원 정윤모 연구위원은 “투명한 경영과 정확한 투자판단을 위해 개별 공시를 하는 것이 맞다. 재계에 부담스럽다면 3년 또는 5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일본,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금융회사 또는 상장사들이 임원 보수를 개별적으로 공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시가총액 7억달러 이상인 상장기업에 대해 최고경영자(CEO), 재무책임자(CFO), 최고액 연봉자 3명 등 임원 5명의 보수 현황과 과거 3년간 보수 내용을 개별적으로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은 사내이사 중 등기이사가 보통 1명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등기임원이 아니더라도 개별보수가 공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본은 등기 여부에 상관없이 연 보수총액이 1억엔 이상이면 임원의 기본급, 스톡옵션, 보너스, 퇴직보상 등을 개인별로 공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박희운 KT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영진에 대한 평가가 투자의 주요부분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는 고액 근로소득자에 대해 성과에 대한 댓가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다소 약하다”면서 “경영성과에 분명히 기여하고, 그만큼 많이 받아서 세금을 낸 경영전문인력을 인정해주는 사회문화가 먼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달 28일 금융위원회가 발의안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최근 여야대립으로 통과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헤지펀드 도입과 투자은행(IB) 육성 부문은 야권의 반대분위기가 강하다. 따라서 임원보수 개별공시 부분과 패키지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될 여지도 있어 보인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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