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4>열망을 품은 도전 (17)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남부 프랑스 아키텐 주 보르도 시 외곽에 있는 라제니 골프장에서… 신희영과 강준호가 황혼 인생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백광돌, 강유리가 혈기를 억제하지 못해 청춘의 고문을 받는 동안, 유한솜은 새로운 인생에 눈을 뜨고 있었다.
“아니 무슨 오토바이가 뒷바퀴를 번쩍 들고 앞바퀴로만 달려요? 저렇게 운전할 수도 있는 거예요?”
발랑스 지역, 몬테카를로 랠리의 출발점으로 결정된 부근의 서비스 파크 공터에서 마침 축제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바이크 시범 주행이 벌어지고 있었다. 유한솜과 한승우 실장은 조 차장의 안내를 받아가며 유호성을 찾아 나선 중이었다. 하지만 전화연락도 되지 않는 상태에서 유호성을 찾는 일은 콩 자루에서 마른 염소똥 찾기보다도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니 무조건 몬테카를로 랠리가 시작된다는 곳부터 기웃거릴 수밖에.
“멋지지? 저걸 ‘잭나이프’라고 하는 거야. 반대로 앞바퀴를 번쩍 들고 달리는 기술을 ‘윌리’라고 하지.”
“윌리? 그 모습은 여러 번 본 적이 있어요. 하지만 앞바퀴로만 달리는 건 처음 봐요. 어머나! 저건 또 왜 저래? 오토바이에 불이 붙었나 봐요. 뭉게구름처럼 연기가 솟아나요. 저걸 어째?”
“저게 바로 바이크 경기의 진수라니까? 박력 넘치도록 휠 스핀을 걸어서 타이어를 지면에 마찰시키는 기술이야. 이를테면 빠른 회전으로 타이어를 태우는 거지. 그러면 연기가 자욱하게 뿜어져 나와요. 저 기술이 ‘번 아웃’이야.”
“아! 멋지다. 우리 호성 오빠가 저런 경기를 한단 말이지요?”
“아니, 유호성 씨는 머신이라 불리는 4륜 자동차를 탄대요. 마침 저기에서 4륜 머신 드리프트 시범 주행을 벌이는 군. 저리 가볼까?”
번 아웃이 바이크 경기 기술의 백미라고 한다면 아마 4륜 머신 경기의 백미는 드리프트 주행일 것이다. 여차하면 뒤집어질 듯이 트랙을 휘청거리며 달리다가 급격히 사이드 브레이크를 걸어 머신을 회전시키는 기술… 울부짖는 타이어의 비명소리와 함께 차량이 급회전을 하게 되면 어느새 주위로는 타이어로부터 내뿜어지는 흰 연기가 안개처럼 자욱이 깔리게 된다. 그 용기, 그 박력이야말로 남자들의 인생 그 자체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바이크만 시범주행에 나선 것이 아니로군. 저기 좀 봐. 목숨 걸고 달리는 저 머신들을 말이야.”
한승우 실장이 가리키는 먼 곳에서는 이제 막 코너를 도는 경주용 자동차들이 줄지어 달리고 있었다. 유한솜은 생전 처음 보는 그 광경에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뜨거운 아스팔트 위를 뜨거운 심장들이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저기… 레이싱 퀸들이 춤추는 모습이나 감상하시지요? 역시 유럽 애들은 달라요. 훤칠한 애들이 비키니 차림으로 날뛰는 걸 보니 저절로 숨이 차오르네요.”
조 차장이었다. 신희영에게 쫓겨나 니스에서 발랑스까지 오는 동안 퉁퉁 부어 말 한마디 없던 그가 입을 함박만큼이나 벌리고 호들갑을 떠는 모습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하긴 조 차장에게 무슨 낙이 있을까? 그는 원래 유럽 각지의 골프장을 돌며 라운드 할 꿈을 꾸면서 신희영을 수발하는 일에 자원했던 터였다. 그런데 숙소 위치를 잘못 정하는 바람에 단칼에 잘려 이곳 발랑스로 쫓겨 온 신세 아니던가.
유한솜과 한승우에게 찾아 온 절호의 찬스였다. 조 차장은 비키니 차림으로 춤추는 레이싱 걸에게 정신을 뺏긴 모양이었다. 두 남녀를 밀착 감시하라는 신희영 회장의 명령도 순간적으로 망각했을 것이 분명했다. 조 차장이 입을 떡 벌리고 레이싱 걸의 군무에 빠져있는 동안 유한솜과 한승우는 그로부터 멀찌감치 벗어날 수 있었다.
“이제야 우리 둘이 팔짱을 끼고 걸을 수 있게 되었군. 조 차장 보기와는 달라. 완전히 진드기 같아.”
“오빠랑 팔짱끼고 프랑스 땅을 거닐다니… 꿈만 같아요.”
둘이 착 달라붙어 걷는 꼴을 보니 아무래도 무슨 사달이 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세상사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을 터. 멀지 않은 곳에서 다른 운명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으니…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