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훈풍 불던 유로존 다시 ‘비관론’ 고개
메르켈 “꿈 실현 불가능”
ECB “위기대응 한계도달”
루비니 만성적 문제”경고도
안정세 증시 다시 급락
EU집행위장 “단호한 조치를” 23일 개최될 유럽연합(EU) 정상회담을 앞두고 훈풍이 돌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프랑스 신용등급 강등 우려와 독일의 비관론이 잇따라 나오면서 찬물을 끼얹고 있다.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증액안 통과에 이어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와 EU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대안이 나올 것이란 기대감으로 최근 흐름은 유로존 위기가 해법을 찾아가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유럽 2위의 경제대국 프랑스의 신용등급 강등 현실화 우려와 EU 정상회담을 앞두고 다시 비관론이 쏟아지면서 유로존 위기가 혼미 상태에 빠지는 분위기다.
▶독일, EU 정상회담 구체적 결론 없을 것=독일이 23일 개최될 EU 정상회담에서 유로존 위기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일축했다.
독일 정부의 슈테판 자이베르트 대변인은 17일(이하 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EU 정상회담에 앞서 21일 의회에서 브리핑을 할 것”이라면서 “메르켈 총리가 24일까지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는 꿈은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고 전했다.
이어 유럽 재정위기 해결책을 위한 모색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앞서 각국 정상과 가진 일련의 회담에서 이달 말까지 금융시장 안정화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공언한 것을 번복하는 발언이다.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도 “유럽 정부들이 금융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 5가지 항목의 강령을 채택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정상회의에서 기적 같은 해법을 기대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쇼이블레 장관은 이어 “EU 정상들이 광범위한 조치들에 동의하길 바란다”며 “결정적인 해결책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리스 문제 해결 방안에는 민간 부문을 포함해 전반적인 부채 수준을 낮추는 것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위르겐 스타크 이사도 “ECB가 유로존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은 한계에 도달했다”고 17일 지적했다. 스타크의 경고는 메르켈 총리가 “EU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위기해법이 나올 것으로 기대 말라”고 잇달아 제동을 건 것과 때를 같이한다.
스타크는 이날 유럽의회 위원회에 출석해 “ECB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은 독립성에 대한 도전”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그는 채무위기 해결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만약 그리스가 유로권에서 이탈하면 가늠하기 힘든 엄청난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8년 임기를 끝으로 이달 말 퇴진하는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도 지난주 “ECB가 유로 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스 디폴트 시 리먼 사태=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이날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해 “그리스가 통제 없이 디폴트(채무불이행)하거나 유로권에서 이탈할 경우 리먼브러더스 사태에 버금가는 충격이 가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루비니는 “유로존 위기 해결이 아직 성공하지 못한 것은 더블딥(이중침체) 위험이 50% 이상으로 늘어났음을 의미한다”면서 “유로존 문제가 만성적이기 때문에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EFSF 가용재원이 4400억유로로 늘어나기는 했으나 여전히 부족하다면서 4배 이상으로 더 증액돼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반면 호세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유로존이 유례없이 중대한 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EU 정상들이 단호하고 단합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