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의 디자인 거장들이 차례로 ’자신만의 디자인’을 말했다. 관중들은 디자인 구루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새로운 영감을 받은 듯, 때때로 경탄의 한숨을 내쉬며 강의를 끝까지 경청했다.

6일에 열린 헤럴드디자인포럼 세션2는 ’산업 및 기업디자인’을 주제로 했다. 전 BMW 수석 디자이너 크리스 뱅글, 세계 3대 산업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 표현명 KT 사장이 토론자로 나섰고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산업디자이너 김영세 이노디자인 대표가 좌장을 맡았다. 개회 전 부터 최고의 관심을 모았던 이 세션에는 세계적 거장들을 보러온 관객들의 열기가 가득했다.

최고 스타는 역시 크리스 뱅글이었다. 그가 장내에 들어서자 관중석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크리스 뱅글은 “이렇게 많은 여성분의 환호를 받았다고 아들에게 말하면 믿을지 모르겠다”는 농담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디자이너들에게 적합한 환경, 즉 디자인을 사랑하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뱅글은 기업이 혁신적 디자인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금기를 깨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아이디어를 정지시키는 ’빨간 신호등’과 같은 비판적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때로 너무 성급하게 출발해서 탈락하는 레이서 같은 처지가 되더라도 빠른 실행력을 갖춰야 하며, 하나의 패러다임이 지배적일 때 디자이너를 ’금지된 구역’으로 보내는 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디자인을 사랑하기 때문에 디자이너를 두겠다고 생각해야 한다"며 "디자이너들의 공격적인 프로젝트들을 내버려두고 맡겨두라"고 주문했다.

세련된 정장차림으로 눈길을 끈 카림 라시드 또한 관중들의 박수를 받으며 등장했다. 그는 "영감을 줄 수 있는 자리가 되면 좋겠다"며 변화하는 디자인과 세계에 대해 설명했다. 라시드는 이날 ‘민주적 디자인’이라는 개념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세상에서 접촉하는 모든 것은 디자인과 관련돼 있다"며 "정형화 된 채 사용하는 물건들을 새롭게 생각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다. 라시드는 특히 "IT의 발전으로 개개인의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며 "여러분이 접하는 생수병이 잘 디자인돼 박물관에 전시될 수 도 있다"고 말했다.

표현명 KT사장은 "KT같은 서비스 기업이 어떻게 디자인을 경영에 접목시켰는 지 설명하겠다"고 말해 관중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는 "KT의 구태의연한 공기업 이미지에서 환골탈태하기 위한 전략으로 디자인을 택했다"며 "디자인 조직을 CEO 바로 밑에 두고 과감한 권한을 부여했다"고 말했다.

표 사장은 또한 3만2000여명 조직원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디자인 전문 사이트를 만들고, ’올레 시그널’ 같은 브랜드 디자인을 만들어 이미지 탈바꿈을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IT 기업도 디자인 경영에 적극 나서야 할 정도로, 더욱 확산된 디자인의 범주를 확인시켜 준 셈이다.

이자영 기자nointerest@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