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7>인정사정 볼 것 없다 (42)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뭐야? 내 금 쪽 같은 아들을 드디어 사지로 내보낸다고?”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고 했다. 하와이란 곳이 태평양 건너 천만리 머나먼 곳인 줄 알았지만, 유호성이 몬테카를로 랠리에 출전한다는 소문은 사옥 아래층보다도 오히려 하와이에 먼저 전해졌다. 카카오 톡을 활용했는지 e-메일을 날렸는지는 모르겠어도 이 끔찍한 소식을 가장 먼저 접한 사람은 공 과장이었다. 가뜩이나 심심하던 차에 공 과장은 태평양을 건너 날아온 따끈다끈한 소식을 잽싸게 왕회장에게 물어 날랐던 것이다.
“그러게 말입니다, 회장님. 그 대회에서는 해마다 여섯, 일곱 명 씩 행방불명이 되거나 혹은 목숨을 잃는대요. 오죽하면 별명도 ‘죽음의 랠리’라네요.”
“어머나, 이걸 어째… 1월 초면 엄동설한일 텐데 미끄러운 산길을 달리면서 추월경쟁을 시킨단 말야? 애 죽일 일 났어?”
골프 장비를 점검하던 신희영은 너무 놀라고 화가 나서 온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사실 강유리를 이끌고 멀리 하와이까지 원정을 떠나 온 이면에는 남편 유민과 기 싸움을 해보자는 의도가 깔려있었다. 그렇지 않고야 당장 LPGA에 출전하는 것도 아닌데 물 쓰듯 펑펑 돈을 써가며 단체로 해외를 전전할 필요가 있었을까?
공 과장의 말이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었으므로 신희영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은 것도 나름 이해할만 했다. 1973년에 처음으로 개최된 몬테카를로 랠리에서는 결승점을 모나코로 하고 유럽의 여러 도시에서 선수들이 개별적으로 출발했다고 한다. 파리에서 10대, 오스트리아 빈에서 2대, 제네바에서 2대, 브뤼셀에서 4대, 베를린에서 4대… 총 22대의 자동차가 출발선을 넘어 경주를 벌였으나 결국 몬테카를로에 들어온 머신은 16대에 불과했다. 6대는 어디론가 행방불명되거나 불타거나, 부서지거나 했다는 말이다.
“공 과장! 요즘도 경기 도중에 죽거나 행방불명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던가요?”
“아마 그렇겠지요? 올 초에는 폭설 속에서 경기가 치러졌다던데요?”
더 이상 그런 ‘카더라 방송’을 듣고 있을 신희영이 아니었다. 그녀는 눈에 쌍심지를 켜며 버럭 같이 화를 내고야 말았다.
“아마 그렇겠지~가 뭐예요? 나랑 장난하나 지금? 당장 인터넷을 뒤지든, 도서관으로 달려가든 해서 근래 몬테카를로 랠리에 관한 자료 좀 챙겨오세요. 실전 모습을 담은 영상 CD도 챙겨 오고요.”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자료 챙기러…”
공 과장은 득득 머리를 긁으며 신희영의 옆을 떠나려고 했다. 그러나 신희영의 성격은 활활 타오르는 불과 같았다.
“아니, 됐어요. 자료는 됐고… 공 과장 불어 할 줄 알아요?”
“죄송합니다만 불어는 배우질 않았습니다.”
“그래요? 그럼 박 대리는?”
“저도… 불어는 배운 적이 없는데요…”
난데없이 불똥이 튀어오자 박 대리 역시 제풀에 뒤통수를 득득 긁어야만 했다. 하지만 한 번 칼을 뽑으면 조카 연필이라도 깎는 것이 신희영의 전매특허 아니었던가.
“그럼 공 과장, 박 대리… 두 사람은 당장 내일 아침 비행기로 귀국하세요. 그리고 회사에 도착하는 대로 불어 잘하는 직원 두 명을 차출해서 프랑스 남부도시 ‘니스’로 향하는 비행기에 태워 보내세요. 알겠어요? 도착해서 나에게 전화 때리라고 해요.”
공 과장은 괜히 오지랖 넓게 나섰다가 뼈도 못 추리는 격이 된 셈이었고, 박 대리는 친구 잘못 만나 황천까지 따라 들어선 셈이었다. 공연한 날벼락에 멍청하게 두 눈만 껌뻑이는 가운데 독기를 품은 신희영의 명령이 재차 하달되었다. 가을 서리처럼 싸늘한 목소리였다.
“우리 모두 프랑스 남부로 이동합니다. 모나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니스’로 떠날 거예요. 강 프로님은 니스에 있는 골프장에 내년 1월까지 장기 부킹하세요. 염병!”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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