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3>날개에 숨긴 칼 (53)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어제 사랑의 무인도에서 카메라를 들이 댄 사람이 세 명밖에 없었다는 게 확실합니까? 혹시 핸드폰으로 찍은 사람은 없을까요?”
“그럼요. 그 배에 탔던 승객들은 대부분 고기잡이를 하거나 농사짓는 노인 분들이었어요. 핸드폰으로 사진 찍는 방법도 잘 모르는 분들이라고요.”
“목포 시내에서 택시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동안에 혹시 사진이 찍히지는 않았을까요?”
“그 점도 걱정 마세요. 미리 택시를 대절시켜 놓았기 때문에 노출된 시간이 10초도 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두 사람은 죽을힘을 다해 뛰었으니 사진 찍기도 쉽지 않았을 거예요. 날도 이미 저물었고요.”
“사진기 회수하는 돈은 얼마나 들었습니까?”
“2백만 원씩 셋! 도합 6백예요. 촌사람들이라 그런지 2백에 껌뻑 넘어가던데요?”
“하여간 수고 많았습니다. 나중에 보답 드리지요.”
다음날 새벽, 거성자동차 도종호 상무는 비밀리에 현성애와 통화를 하는 중이었다. 물론 현성애로부터 어제 일어난 모든 사건의 종합 보고를 전해들은 이후였다. 도종호 상무는 김지선의 누드사진이 혹시 조간신문에 실리지나 않을지를 염려하고 있었다. 왜냐고? 그야 물론 김지선을 거성자동차 레이싱 팀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였다. 때문에 그는 야간 KTX를 타고 김지선이 머무는 목포호텔로 불철주야 달려왔던 것이다.
“자, 김지선 양! 이 옷으로 갈아입으세요. 거성자동차 회장님의 특별배려로 밤새 구한 옷입니다. 그래 뵈도 명품입니다.”
새벽 6시나 되었을까? 이제 막 문을 연 호텔 로비라운지에서는 갓 구운 바게뜨 향기가 솔솔 풍겨 나오고 있었다.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 탓일까? 김지선은 눈이 퉁퉁 부어오른 모습으로 도종호 상무와 마주 앉았다.
“김지선 양 때문에 우리 회사 홍보팀이 발칵 뒤집어졌다는 거 아닙니까? 유명한 모델께서 어쩌자고 그런 사진을 찍히고 다니십니까? 신문이나 인터넷에 그 모습이 뜨면 난리 나요. 은퇴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도 밤새 한 잠을 못 잤어요. 그런데 거성자동차 회장님께서 무슨 까닭에 귀한 옷을 보내주셨나요? 밤새 홍보팀이 발칵 뒤집어졌다는 건 또 무슨 말씀이고요?”
그녀의 앞에는 갓 구워낸 바게뜨와 역시 갓 추출해낸 커피가 놓여 있었다. 밤새 먹지도 마시지도 못한 터라 한 입 베어 문 바게뜨 맛은 꿀처럼 혀끝으로 녹아들었다.
“미처 말씀드리지 못했는데… 사실 우리 거성자동차에서는 김지선 양을 드라이버로 영입할 계획이 서 있었습니다. 다음 달에 개최될 5대륙 관통 랠리경기 말입니다. 드라이버는 정해졌는데, 코-드라이버 자리가 비어 있거든요. 거성자동차 회장님께서는 그 코-드라이버의 적격자로 오래 전부터 김지선 양을 찜해놓으셨지요.”
“아! 정말예요?”
세상에나… 김지선은 놀라서 하마터면 커피 잔을 엎을 뻔 했다.
“그럼요. 그러던 중에 어제와 같은 사고가 터진 것이지요. 회장님께서는 그 소식을 듣자마자 어떤 출혈을 감내하고라도 김지선 양의 네거티브한 기사가 신문이나 인터넷에 뜨지 않도록 하라고 엄명을 내리셨습니다. 김지선 양의 누드사진을 회수하느라고 수억 원이 깨져나갔습니다 그려.”
“아! 감격스럽군요. 그 사진을 모두 폐기하셨다고요? 창피해라… 그런데 그 사건이 터진 걸 어떻게 아셨어요?”
“관심이 깊으면 다 알게 되는 법입니다. 그만큼 우리 거성자동차에서는 김지선 양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지요.”
김지선은 정말로 감격했다. 잘만 하면 하룻밤 새에 팔자가 뒤바뀔 노릇이었다. 문제는 유호성 뿐이었는데… 그깟 비겁한 자식, 아무러면 어떠랴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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