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6>날개에 숨긴 칼 (46)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앙골라 남서부에서 남아프리카에 이르는 넓은 지역엔 ‘미어캣(Meerkat)‘이라고 하는 짐승이 분포되어 있다. 몽구스 과에 속하는 포유동물로서 몸길이는 50cm 정도에 은갈색 털이 나있으며, 대략30마리 정도가 무리지어 살아간다.
그 짐승의 무리가 독특하게 여겨지는 것은 마치 병영생활을 하는 군인들처럼 한 마리씩 당번을 정해 보초를 서기 때문이다. 동료들이 편하게 자고, 먹고, 쉬는 동안 어느 한 마리는 가장 높은 곳에 올라 두 발을 딛고 곧추서서 두리번거리며 망을 보는데, 그 모습이 한편으론 기도하는 것 같으면서도 영락없이 보초서는 군인의 모습이어서 안쓰럽기마저 하다. 간혹 어느 동물학자는 가슴팍에 햇볕을 받는 본능행위하고도 하지만… 아무러면 어떤가. 높은 곳에 두 발을 딛고 발딱 일어서서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하염없이 귀여울 뿐인데.
“현 양, 주위에 아무도 없지?”
“네, 우리 둘 뿐이에요.”
유민 회장과 현성애는 삼학도 갓바위 아래의 어두운 그늘에 세워놓은 자동차 안에서 번갈아가며 미어캣놀이에 심취해 있는 중이었다. 자동차 지붕 위에 직사각형으로 큼직하게 뚫려있는 썬루프는 스포츠섹스와 더불어 미어캣놀이를 하기엔 안성맞춤이었다. 현성애가 지붕 위로 나신을 드러내고는 ‘으흥, 어헝!’ 콧소리를 내지르는가 싶다가 자동차 안으로 쏙 사라지면, 잠시 후엔 유민 회장의 알몸이 지붕 위로 솟아오르며 ‘으으, 어어!’ 외마디 신음을 토하곤 했다.
“회장님, 눈 똑바로 뜨고 살피셔야 해요.”
“걱정 말아요. 주위에 쥐새끼 한 마리도 없어.”
이를테면 지금은 유민 회장이 망을 보는 순서였다. 그가 망을 보고 있으니 현성애는 상열지사에만 열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녀가 쪼그려 앉은 채로 눈앞에 드러난 지겟작대기를 움켜잡으면 유민 회장은 황홀해서 온몸이 노골노골 해지고 눈의 초점마저 흐려지곤 했다. 지겟작대기를 통해 전해지는 체온이 너무 뜨거웠으므로 그는 어금니를 앙다물고 으으, 아아! 신음을 흘려야만 했던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현 양 때문에 늘그막에 호사하는 군. 내가 어떻게 보답해야 할까?”
“서로 좋아서 하는 일인데요, 뭘… 하지만 작은 소원이 하나 있긴 해요. 제 소원 좀 들어 주실래요?” “그래, 소원이 뭔데?”
“이번 주말에 코엑스에서 열리는 오토싸롱에 함께 가주세요. 거기에서 튜닝카 페스티벌이 열리거든요? 유명한 레이싱 모델도 등장하고요, 해외 수퍼카들도 전시한대요. 국내에서 쉽게 접하지 못하는 수퍼카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고요.”
“겨우 그까짓 게 자네 소원이야?”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현성애는 이 말에 신이 났으므로 전심전력을 다해서 상열지사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유민 회장의 지겟작대기를 힘껏 아래로 잡아당겼다. 그러자 유민 회장의 몸뚱이가 무너지듯이 지붕 아래로 이끌려 내려왔다. 자동차 내부가 좁았기 때문에 몸을 움직일 때마다 땀이 솟았지만 누구도 상관하지 않았다. 그녀가 유민 회장의 발목에 엉켜있는 바지를 벗겨내는 동안 유민 회장은 그 사이를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희붐한 광채 속에서 그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고 숨소리도 가빠졌다.
“내 소원은요…”
하지만 현성애는 말을 잇지 못했다. 유민 회장이 그녀를 낚아채더니 좁은 의자 틈으로 밀어 눕혔기 때문이었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좁은 틈새에 머리가 처박히고 물구나무 서듯 상체가 고꾸라진 모습이었다.
“어흑!”
착암기로 바위를 뚫는 자세였다. 유민 회장이 힘껏 엉덩이를 내리밀자 거꾸로 틀어박힌 현성애가 숨넘어가는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지겟작대기 끝이 뜨겁게 조여 왔기 때문에 이번엔 유민 회장이 어금니를 질끈 깨물어야만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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