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1회> 날개에 숨긴 칼 41
“가장 빠른 방법으로 목포에 가려면 비행기를 타야겠지? 목포에 제일 근접한 비행장이 어디에 있어?”
현성애와 전화통화를 끝낸 유민 회장은 비서실을 발칵 뒤집어 엎기 시작했다. 퇴근시간을 기다리던 비서실 직원들은 꼬리에 불이라도 붙은 양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항공권 끊으랴, 출장가방 챙기랴, 공항까지 수행할 비서 겸 운전기사를 호출하랴 정신이 없었다.
“일단 광주공항으로 가셔야 합니다. 공항 도착시간에 맞춰서 미리 콜택시를 대절해 놓겠습니다. 그 이후엔 현성애 실장이 알아서 모시도록 연락해 놓겠습니다.”
“목포까지 직접 헬리콥터를 대절할 수는 없나?”
“네, 저희로선 아직…”
“이런 염병!”
유민 회장은 속이 뒤집어지는 기분이었다. 느닷없이 배알이 꼴린 까닭이었는데… 3000억원이란 거금을 높은 분에게 바치면서도 정작 자기는 대중 항공편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모멸스러웠다는 말이다. 3000억원이면 자가용 제트기를 서너 대는 살 수 있으련만,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챙기는 격이니 복장이 터졌다.
“출장기간 동안 수행 인원은 몇 명으로 준비할까요? 회장님.”
“아무도 필요 없네. 김포공항까지만 태워주면 돼.”
“언제 돌아오실 예정입니까? 내일 점심에 5개국 관통 랠리의 단독중계를 맡은 방송사 임원들과 점심약속이 잡혀있습니다, 회장님.”
“아, 그렇군… 엄청 바쁘게 생겼구먼. 일단 내일 아침 첫 비행기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항공편 예약을 해주게.”
“네, 돌아오시는 시간에 맞추어서 승용차에 새 양복과 와이셔츠를 대령해 놓겠습니다. 그 외에 따로 준비해야 할 서류는 없나요?”
“됐네, 난 이만 출발할 테니 방송사 임원들에게 드릴 선물이나 잘 챙겨놓게. 이 중요한 시기에 아들 녀석 때문에 목포까지 가야 하다니….”
따로 준비해야 할 서류? 유민 회장은 비서실 직원의 그 말을 듣고 문득 비아그라를 떠올렸다. 아들 문제로 인해 공식적으로 요란뻑적지근하게 떠나는 1박의 출장이지만 내심으론 현성애와 낯선 타지에서 하룻밤을 동침할 수도 있으리란 생각 때문이었다.
활시위 당기는 척 하면서 콧물 닦기!
겉으로 잔뜩 요란을 떨어놓았으니 눈치 빠르기로 귀신 같다는 비서실 직원들도 유민 회장의 속셈을 알아챌 리 없을 것이었다. 내일 방송사 임원들과 만나 점심을 먹는 것도 곧 다가올 랠리경기에서 드라이버로 뛰는 유호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일 때문이었다. 그런데 막상 그 주인공이 사고를 쳤다니 수습을 위해 얼마나 많은 애를 써야 할 것인가….
비서실 직원들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유민 회장의 마음은 이미 콩밭에 가 있었다. 막상 목포에 도착하면 어떤 식으로든 현성애와 하룻밤을 보내야만 할 것인데 과연 어떤 식으로 지새우는 것이 좋을지.
책상서랍에 몰래 숨겨놓은 비아그라를 챙기는 동안 유민 회장에게는 또 다른 상념이 이어졌다. 원래 상념이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게 마련 아닌가. 기적의 푸른 알약 비아그라를 보니 문득 하와이에서 골프를 치고 있을 강유리가 떠오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래, 오늘 밤엔 꿩 대신 닭이야… 언젠가는 밥상에 꿩고기가 오르게 될 날이 있겠지.’
그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알루미늄 캡에 담긴 비아그라를 수첩 갈피에 끼워 넣었다.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라고 했던가? 언제부터인가 유민 회장의 마음속엔 이루지 못한 꿈이 소원으로 남아 똬리를 틀고 있었다. 몽고 울란바토르에서 몇 날 밤을 보내면서도 결코 이루지 못했던 소원…. 변학도가 춘향을 원했듯이 그는 강유리를 진심으로 원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현성애는? 그야 뻔할 뻔자! 이미 낚은 고기에 미끼를 던지는 얼간이가 어디에 있냐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meel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