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날개에 숨긴 칼(10)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모래 한 줌의 위력은 그야말로 엄청나다. 하루 종일 고생해서 장만한 음식에 모래 한 줌을 뿌리면 만사 도로아미타불! 그 뿐인가? 쌩쌩 돌아가는 인쇄기에 모래 한 줌을 뿌리면 그야말로 난리가 날 것이다. 자동차도 마찬가지. 아무리 고급 자동차라 해도 엔진 속에 모래가 들어가면? 아이고, 생각만 해도 오싹해진다.
“오빠, 지금! 빨리요…”
하지만 이런 사정도 모르고 제풀에 절정을 향해 치닫던 그녀는 그의 어깨를 힘차게 끌어안으며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지선아, 모래… 모래!”
유호성은 거의 울음이 터져 나올 지경이었다. 자고로 남녀상열지사에는 적절한 타이밍이 필요한 법인데, 정말 필요한 것이 타이밍인데… 실토할 방법도 없고…
“모레라니? 오늘! 아니 지금 당장!”
“내일 모레가 아니고… 백사장의 모래!”
“지금 당장!” 옛 성현들은 매사에 임할 때 참을 인(認)자 세 번을 쓰라고 했다. 하지만 옛 성현의 말씀을 떠올리기보다 당장 어깨를 끌어안으며 갈망하는 그녀의 소원을 들어 줄 수밖에 없었다. 그게 문제였다. 그는 공포에 젖은 채 그녀의 비너스를 조준하여… 합체했다.
“아! 뜨거워.”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들 한다. 즐거운 일인 줄 알지만 즐거움에 빠져들 수 없는 것, 비통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끔 슬퍼지는 것, 탄성으로 이어지는 줄 알면서도 간혹 숨이 끊어지는 듯한 숨결… 그래서 본인도 모르게 내지르는 비명.
서른 살 넘은 여자, 상열지사에 도가 트인 여자와의 섹스에서 느낄 법한 이러한 기쁨을 그는 기괴한 상황에서 깨닫고 있었다. 고통과 쾌락은 동일한 것, 사랑과 아픔 역시 동일한 것이라는 사실을.
“오빠!”
그녀의 손톱이 등으로 파고드는 것으로 보아 그녀가 통증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그녀는 있는 힘껏 그의 어깨를 할퀴고 있었다. 여자의 손톱 끝은 어쩌면 이리도 매서울까.
“우리 바다 속에서 하자.”
그 순간 유호성은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했다. 그는 그녀를 번쩍 안아들고 성큼성큼 바다 속으로 향했다.
“바다 속에서 하다니, 우리가 하마예요?”
“부력을 받으면서 하면 허리 건강에도 좋아.”
“오빠, 허리가 부실해요?”
하마가 되어도 좋고, 허리가 부실해도 좋았다. 신이 내려주신 기쁜 행위, 상열지사를 어째 물 밖에서만 하란 법이 있나? 아직 초여름인지라 물속에 들어서니 어금니가 덜덜 맞부딪치기 시작했다.
“아, 차가워요.”
“오빠가 곧 뜨겁게 해줄게. 오빠 믿지?”
그는 어금니가 덜덜 떨리는 것을 참아가며 물속에서 합체를 시도했다. 물고기도 물속에서 이렇게 놀까? 파도에 따라 덩실덩실 요동을 치는 동안 그녀는 또다시 으으, 아아! 교성을 토하기 시작했다. 곧 시작될 5대륙 관통 자동차 랠리에서도 간혹 물속을 달릴 경우가 생기겠지… 그들은 이렇게 마음을 다잡으며 한기를 참아내는 중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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