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2> 날개에 숨긴 칼 (2)
채 희 문 /그림 유현숙
현성애의 속삭임은 촉촉하면서도 달콤했다. 하지만 그 속삭임에는 30년 넘은 클래식 카의 진가를 느껴보라는 다그침이 담겨있었다. 이를테면 그녀는 30년이 넘은 명차의 이미지에 자신을 대입시켜달라는 뜻이었다. 동일한 올드 이미지 속에서 서른 살 넘은 여자의 농염함에 빠져보라는 주문이라고나 할까?
“메르세데스 걸윙 쿠페를 몰아볼까? 도어가 갈매기 날개처럼 위로 열리는 명차. 하지만 1954년에 출고되었으니… 벌써 58년이 지났어. 아무리 명차라고 하지만 너무 늙은 기분이야. 꽃으로 치자면 할미꽃이지.” “다임러 DE36 쿠페는 어때요? 엉덩이가 예쁘게 생겼던데?”
“그 차도 1952년에 생산되었어. 환갑이 넘었으니 엉덩이가 예쁜들 뭐해.“
“그럼 캐딜락 V12는요? 요염하게 생겼던데요? 칼라도 정열적인 장밋빛이고… 바퀴에까지 붉은 테를 두른 것이 너무 멋지잖아요?”
“아이고, 그 차는 12기통이라서 너무 정숙하고… 게다가 생산년도가 1930년이니까 이미 80살이 넘은 할망구야. 싫어! 지금 이 상황에서 80살이 넘은 정숙한 할망구를 떠올린다는 건 말도 안 되지”
“맞아요, 서른 살을 살짝 웃도는 정도가 좋아. 그런 클래식 카를 떠올려 봐요. 내 나이와 비슷한 차 말예요.”
이런! 정숙해서 싫고, 늙어서 싫다고? 그렇다면 젊은 요부를 떠올려달라는 것인데…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을 테지만 마음속에 품고 있는 욕정을 드러내기에는 그 정도의 대화로도 충분했다. 어차피 실오라기 한 올 걸치지 않은 상태에서 권도일의 지겟작대기를 움켜잡았으니… 벌떡, 벌떡! 심장 박동에 따라 건들거리는 그의 지겟작대기에서 느껴지는 힘이 가히 일품이었다.
“미치겠다. 나 좀 어떻게든 해줘.”
“안 된다니까요? 어서 30년쯤 된 클래식 명차를 떠올려 봐요.”
이런 제길! 마음은 급했지만 어쩔 재간이 없었다. 이렇게 완급조절을 하는 것이 서른 살 넘은 여자의 내공일까? 어서 몸을 합쳐 한바탕 구르고 싶었지만 그녀는 지겟작대기를 움켜잡은 채 감질나도록 희롱만 할 뿐이었다. 그의 온 신경이 지겟작대기 끝으로 몰려있기 때문일까? 사지는 노골노골, 정신은 몽롱해지는 것이 미칠 지경이었다. “그래! 포니가 떠오르는군. 그 차는 출고된 지 37년밖에 안 되었어.”
권도일의 머릿속에 불현듯 떠오른 명차는 우리나라 최초의 고유모델인 포니였다. 포니의 시작차(試作車) 1호가 1974년에 완성되었으니 나이로 따진다면 어언 37세. 현성애의 나이와도 엇비슷했다.
“포니 시작차는 거침없이 남산을 올라갔어. 62마력 미쓰비시 새턴엔진의 설계도면에 따라 제작했는데 웬걸, 64마력의 힘을 쏟아냈지. 불가사의한 일이었다고.”
권도일은 드라이버이면서 자동차 마니아였다. 그러니 웬만한 자동차에 관해서는 이력부터 성능까지 줄줄이 꿰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불멸의 국산 명차 포니의 이미지에 현성애를 대입시키기 시작했다. 그 차는 62마력으로 설계되었지만 64마력의 힘을 쏟아내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권도일은 한껏 단단해진 지겟작대기로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시동키를 점화로크에 조심스럽게 밀어 넣는 순간 명차의 몸통이 부르르 떨리더니 온 몸 구석구석으로 뜨거운 열기가 퍼져나갔다.
“아! 뜨거워요.”
30년 내공이 담긴 명차는 확실히 성능이 달랐다. 점화로크에 키를 밀어 넣자마자 아흐! 하는 교성이 터져 나오고, 제풀에 그녀가 승마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권도일은 목과 다리에 족쇄를 채운 상태로 누워서도 팔꿈치에 힘을 주어 허리를 들어올렸다. 그의 몸이 활처럼 둥글게 굽어졌다가 곤두박질치는 동작이 그녀의 들썩이는 승마요령과 합치되자 일순 무한한 쾌락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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