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9회> 죽음의 계곡 11

남자는 다 같다. 결혼을 했든 안 했든, 늙었든 젊었든, 부자든 가난뱅이든 간에 자기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이상적인 여자를 만나게 되면 그 즉시 배신을 때리게 된다. 자기의 마음을 배신한다는 말이다. 여태껏 지켜왔던 신조를 허물고 스스로를 합리화시키기 위해 애쓰게 되는 것이 남자의 속성이다.

“아프면 섹시하게 소리라도… 질러야지.”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권도일에겐 의미심장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다. 언제였던가? 튜닝 강습을 빙자하여 자동차전용극장에서 현성애와 식스나인 자세로 매달려 있던 날, 아흐아흐! 칙칙푹푹! 끓어오르는 관능을 참지 못해 증기기관차처럼 뜨거운 콧김을 내뱉던 그녀도 이렇게 물었지…. 오빠, 소리 질러도 돼?

“그래도 너무너무 아프면 어떻게 해?”

“그러면 마구마구 소리를 질러야지.”

손님을 홀려 단골로 만들기 위한 작전이어도 좋고, 너무도 순수하여 겁을 먹고 물어보는 것이라도 좋았다. 에로틱하기 이루 말할 수 없는 호텔방에서 슬금슬금 단추를 풀어가며 이런 야릇한 질문을 한다는 자체가 심장이 오그라들도록 짜릿한 일이었다.

“오빠, 너무 오래 하면 안 돼요. 알지?”

“오래 해도 되긴… 되지.”

이 역시 당연한 이야기 아닌가. 이런 야릇한 경우에 오래 할 수 없어서 못하지, 오래 할 수 있는데도 안 하는 놈이 어디에 있을까. 무릇 남자들의 자존심이 어수룩함과 뒤범벅이 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래 끌기 위해 별짓을 다 하는 법이다. 생전 거들떠보지도 않던 가계부를 하필 그 순간에 검토하고, 작대기가 터지려 하면 얼른 뽑아내고 토끼뜀을 뛰기도 하겠지.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애국가를 부르기도 한다던데….

“아이구야! 우리 성애 가슴이 너무 예쁘구나.”

대화 내용으로 보면 드디어 성애가 젖가슴을 살짝 드러낸 모양이었다. 이미 오디오를 통해 전주곡이 연주되었으니 어찌 견딜 수 있을까. 비빔밥을 평생 젓가락으로 비벼왔던 권도일도 어쩔 수 없이 와르르 무너지고야 말았다.

“어머, 오빠. 살살….”

“알았어. 알았어.”

“손가락으로 잡으면 아파요. 손바닥으로 살살 굴려야지.”

아흐! 손바닥에 성감대가 분포되어 있을 리도 없건만 온몸이 짜릿해져서 눈의 초점마저 잃어가는 사람은 오히려 권도일이었다. 어느새 그의 숨소리가 거칠어졌고 내쉬는 호흡 끝자락마다 옅은 신음이 묻어나왔다. 아무리 체통을 지키려 애써도 부들부들 떨려오는 것이 꼭 학질 걸린 놈과 다를 바 없었다.

“손바닥보다야 혀가 더 부드럽지. 옷자락 좀 올려 봐.”

원래 2차는 안 나간다고? 그렇지. 그건 평상시의 소신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지금은 비상시국이다. 눈을 감으면 현성애의 환영이 떠오르고, 눈 뜨면 박성애의 요염한 자태가 어른대니, 된장 눌러 담듯 꾹꾹 눌러 담았던 감정이 폭발하여 쓰나미처럼 그를 덮치고 있는 것이다.

“으으… 아흐!”

다시 반복하지만 남자는 다 똑같다. 아무리 냉정하게 자신을 지켜왔다 하더라도 환상과 어우러지기만 하면 아주 짧은 순간에 폭발해버린다. 지금 권도일에게는 현성애라는 환상이 지진처럼 번져오고 있는 중이었다.

“천천히 혀끝으로, 이제 왼쪽은 그만! 오른쪽.”

과연 스물두 살? 그녀의 명령에 따라 그의 혀끝은 풍만한 양쪽 젖가슴을 오가기에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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