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8회> 죽음의 계곡 10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빔밥을 숟가락으로 비빈다. 고추장 한 술 크게 떠 넣고 열무김치 한 무더기를 넣은 채로 썩썩 비벼야 제맛이 난다고들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다는 말이다.

역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라면을 끓여 먹을 때 계란을 탁! 곁들여 넣고 파를 송송! 썰어 넣은 뒤에 후루룩 끓여서 먹는다. 그래야 면발의 파마가 풀어지지 않고 맛있다고들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다는 말이다.

“자, 오늘처럼 기쁜 날, 한 잔 거나하게 마셨으니 풀로 모셔드려야지. 어때요? 권 전무님. 오늘은 풀코스까지 가보는 겁니다.”

도종호와 송달민은 대부분의 범주에 드는 사람들이었으므로 실컷 들이켠 후에 짜릿하게 배설하는 코스로 권도일을 이끌었다. 무릇 그런 부류의 사람들은 남이 싫다고 해도 억지로 등을 떠밀며 동참시켜야만 의리를 발휘하는 것으로 착각하곤 한다.

하지만 전주비빔밥 집에 가보면 젓가락으로 살살 비벼먹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음을 보게 될 것이다. 라면도 마찬가지. 곰탕 끓이듯 푹 고아서 우동 발처럼 부풀려 먹는 사람들도 열에 서넛은 된다.

“전 원래부터 2차는 안 나갑니다.”

“권 전무님! 술 취한 남자가 2차엘 안 간다고 우기는 것은 파리가 날개 달렸으니 새라고 우기는 것과 같습니다. 말도 안 된다는 겁니다.”

“어머, 어머! 사장님 내숭이 보통 아니셔. 귀여워요, 정말!”

이런 저런 실랑이가 끝없이 이어지자 권도일은 억지춘향으로 인근 호텔방에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이런 경우 2차를 택했을 때의 장점은 상대방과 칼로 자르듯이 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악수한 뒤에 또 하고, 어깨를 끌어안고 어쩌고 하는 술 취한 후의 인사법에서 단숨에 벗어날 수 있다는 것. 이 장점 외엔 또 무엇이 있을까?

“이름이 뭐라고 했지요? 미스 최.”

그렇군. 2차를 택하면 또 다른 방식의 인사가 이어지는 법이로군…. 권도일은 지친 몸을 침대 모서리에 앉히면서 이렇게 물어야만 했다.

“은지… 본명은 성애. 난 운이 좋은가 봐요.”

“성애라고? 본명이 성애?”

그녀는 묻지도 않는 말에 대답을 했다. 하지만 그녀의 대답을 듣자마자 술기운 때문에 울렁이던 가슴이 더욱 방망이질을 치기 시작했다. 성애라니… 마음 한 구석에 늘 아릿하게 다가서던 현성애와 이름이 같단 말인가?

“원래 이름이 박성애예요. 스물두 살. 난 정말 운이 좋은가 봐요, 오빠.”

운이 좋다는 말을 연거푸 두 번이나 듣다니, 필시 무슨 곡절이 있을 것이라 여겨졌다. 이왕 호텔방까지 올라왔으니 이름이나 물어본 뒤에 곧바로 헤어지려는 마음이었으나 문득 생겨난 궁금증을 참기는 어려웠다.

“어째서 운이 좋다는 거지요?”

“오늘이 처음이거든요? 호스티스 출근부에 첫 도장 찍은 날이라고요. 당연히 오빠가 첫 손님이지요. 그 첫 손님이 마음씨도 곱고, 존댓말도 써주고, 이토록 자상하기까지 하니 운이 좋은 거 아니에요? 어차피 돈 벌자고 하는 짓이지만 화류계 첫날밤을 오빠 같은 남자와 보내게 되어서 너무 좋다는 거예요… 아프지 않게 해줘요, 오빠.”

권도일은 놀라움과 죄책감, 그리고 망설임으로 뒤범벅이 되어갔다. 화류계에서의 첫날밤이라는 말은 아직 풋풋한 순정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 아니겠는가. 게다가 스물두 살이라니…. 그런데 하필이면 이름이 박성애였다. 얼핏 그녀의 얼굴 위에 겹쳐오는 현성애의 아릿한 표정을 떨쳐낼 수 없었다는 말이다. 이를 어쩌나… 고민하는 중에 그녀가 말을 이었다.

“아프면… 소리 질러도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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