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미국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정식으로 출범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재등장에는 방위비 분담이라는 이슈가 따라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이 100억 달러는 돼야 한다”고 했다. 현재 한미 협정에 의해 2026년 이후 지불될 분담금의 9배에 달하는 액수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는 대로 방위비 분담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은 크다. 새해에 우리는 방위비 분담 협상에도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그동안의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 역사에서 트럼프 1기 행정부 이전까지 한국의 협상력을 강하게 만드는 요인 한가지가 있었다. 한국에서 방위비 분담 협상 결과는 국가 예산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국회로부터 동의를 받아야 할 대상이다.
반면 미국에서는 동맹국도 많고 분담금을 받는 입장이다 보니, 협상 결과가 의회 승인 대상도 아니며 고위층의 주요 관심 대상도 아니었다. 따라서 방위비 분담금은 한국 국회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합의되어야만 했고, 그런 상황 자체가 한국의 주요 협상력이 됐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등장부터 미국 대통령이 직접 방위비 분담금 합의 수준에 깊게 관여하게 됨에 따라, 한국의 협상력은 과거에 비해 약화된 셈이 됐다.
새해 방위비 분담 재협상은 이런 상황에서 열리게 될 것이다. 그런 가운데 최근 여러 전문가들은 재협상 방안으로 주한미군의 존재가 미국에게도 이익임을 설득한다던지, 방위비 증액 대신 다른 비용에서의 양보를 제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직접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며, 방위비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의 비용 증가는 국내정치적 공감을 얻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의 방위비 증액 요구를 원칙적으로 수용하되, 국내정치적 공감도 가능하면서 방위비의 과도한 증가도 방지할 수 있는 협상 전략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일정 수준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이 국내정치적으로 수용될 방안과 함께, 우리 측의 비용 분담안에 만족해하며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공감을 확산시킬 수 있는 미국 내 동조 세력도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방위비 분담금 증액이 국내정치적 공감을 얻기 위해 한국군에게도 혜택이 돌아가도록 사용돼야 할 것이다.
그리고 방위비 분담금 증액의 가장 큰 수혜자인 주한미군이 우리 측 협상안에 만족해하며 트럼프 행정부 내 우리측 동조 세력이 돼야 한다. 이런 조건을 만족시킬 방안으로는 방위비 분담 증액으로 주한미군과 한국군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 있다.
미래전의 표상이라 할 수 있는 전영역 작전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한미 공동 훈련장 건설이 한 실례가 될 법하다. 이렇듯 국방예산에서 지출되는 방위비 분담금이 한국군의 군사혁신과 주한미군 주둔 여건 개선에 동시에 기여해야, 국내정치적 공감과 함께 주한미군이 우리측 협상안에 동조할 가능성도 커질 것이다.
결국 트럼프 2기 시대 방위비 분담 재협상에서의 관건은 한국 사회에서도 수용되면서 주한미군도 만족할 해법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김광진 숙명여대 석좌교수·전 공군대학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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