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된 점은 다행이다. 그러나 정치적 혼란이 여전히 남아 있는 만큼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경제 중심의 국정안정화가 필요하다. 현재 우리 경제는 내수 부진, 수출 둔화, 고환율, 고금리 등 복합 위기에 처해 있다. 정치적 혼란이 이어지면 국민의 삶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경제 기반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
지금 탄핵정국은 2004년, 2016년과는 경제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당시에는 중국 특수와 반도체 호황이라는 외부 요인이 경제를 떠받쳐줬지만 지금은 기댈 데가 없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폭탄 예고와 글로벌 경쟁 심화, 고환율 지속, 내수 침체 등 악재가 겹겹이다. 구조적인 저성장 경기침체에 통상환경 변화, 탄핵정국이라는 대내외 불안까지 덮쳐 빠져나오기 힘든 수렁이나 마찬가지다. 실제 10개 분기 연속 소매판매가 주는 등 내수부진은 고질화하고 우리 경제를 떠받쳐온 수출 증가율도 지난 7월 13.5%에서 11월에는 1.4%로 급락했다. 도소매업과 건설 부진으로 고용마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우리경제는 버티기 힘든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수 있다.
탄핵 가결 후 한국경제인협회, 소상공인, 중소기업 단체들이 “지금은 민생안정과 경제회복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 이유다. 특히 소상공인연합회는 “최근 일련의 사태로 인한 예약 취소와 소비 위축으로 송년 특수는커녕 가뜩이나 어려운 소상공인의 처지가 극한으로 내몰렸다”고 호소한다. 계엄 사태 후 매출이 10% 이상 줄었다는 곳들이 적지 않다.
경제팀의 책무가 막중할 수 밖에 없다. 불안한 환율과 내수·수출 부진의 3각 파고를 헤쳐나가려면 정치권의 협조는 필수다. 당장 위축된 소비를 살리는 게 급선무다. 한계에 몰린 자영업자를 위한 맞춤형 지원과 함께 내수를 살릴 긴급 처방이 필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국가 성장 동력을 좌우할 법안들의 신속 처리다. 멈춰선 무쟁점 법안부터 서둘러야 한다. 반도체특별법, 인공지능(AI) 기본법,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 등은 한시가 급하다. 주요국들은 반도체 고속도로를 깔아주는데 주 52시간 적용 예외 조항 때문에 붙들어둬선 안된다.
이런 와중에 기업의 발목을 죌 상법개정안이나 노란봉투법 등에 매달리는 것은 피해야 한다.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논란이 있는 법안 처리는 숙고할 필요가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17일 국회에서 경제 5단체 간담회를 갖고 기업들의 목소리를 듣기로 한 것은 긍정적이다. 기업들이 직면한 어려움과 의견을 충분히 듣고 실질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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