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설로 인한 재난 상황에서 추락 위기의 시민 손을 45분간이나 맨손으로 잡고 버티며 구조에 성공한 구급대원이 화제다. 경북 풍산119안전센터 소속 구급대원 박준현(34) 소방교가 주인공이다. 그는 아찔한 높이의 다리 난간에 매달린 트레일러 운전기사의 손을 잡고 추위와 몸무게를 견디며 20여명의 대원들과 영웅적으로 임무를 완수했다. 막중한 책임과 소명의식, 직업정신이 아니었다면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비유컨대 지금 민생이 벼랑에 매달린 신세와 같으니 과연 국민 곁엔 박 소방교같이 믿고 의지할 존재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 이하 위정자들은 누구의 손을 잡고 있는가.

28일 경북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아침 경북 안동시 풍산읍 계평리 중앙고속도로 부산 방향 풍산대교에서 대형 트레일러 차량이 눈길에 미끄러져 난간과 충돌했다. 사고로 차량 운전석 일부가 파손되며 60대 운전기사의 하반신이 11m 높이 교량 난간 밖으로 빠져나갔다. 대원들과 현장에 도착한 박 소방교는 급한대로 난간 아래에 손을 뻗어 운전기사 손부터 잡았다. 자세가 바뀌면 혹시 떨어질까 싶어 박 소방교는 구조 작업이 진행되는 내내 운전기사와 두 손을 맞잡은 채 있었다. 구급대는 운전기사의 팔을 로프로 다른 대원과 연결하고 다리 아래 에어매트를 깔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차체 일부는 다리 아래로 떨어졌으며 힘빠진 운전기사의 몸도 바닥으로 점점 쳐졌다고 한다. 다행히 탑승장치가 달린 굴절차가 이내 도착해 무사히 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었다.

우리 경제와 안보엔 폭설과 같은 재난 수준 경보가 잇따르고 있다. 예고됐으나 미처 준비되지 못한 위기 상황이다. 갈수록 수출은 부진하고, 성장률 전망치는 자꾸 낮아진다. 청년들은 취업을 못해 쉬고, 자영업자들은 줄폐업이다. 집값은 오르고 가계빚은 늘고 이자부담은 커지고 있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로 연일 으름장을 놓고 있고, 러시아 파병으로 ‘전쟁연습’까지 들어갔다. 그런데도 정치권에선 위기감도 책임의식도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과 관료, 여야는 누구를 지키려는지 알 수 없다. 다만 그들이 부여 잡고 있는 것이 민생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누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국민에게 손을 내밀고 몸을 지탱할 밧줄을 동여매주며 에어매트를 깔아주고 구조차에 안전하게 탑승시킬 수 있을 것인가.

국민의 생명줄을 잡으려면 엉뚱하게 쥐고 있는 건 놓아야 한다. 대통령은 영부인을 둘러싼 의혹을 해소해야 하고, 여당은 대통령편과 당대표편으로 나뉘어 벌이는 내분을 당장 멈춰야 한다. 야당은 당대표 방탄을 위한 각종 탄핵공세를 즉각 그만두고 정부가 제기능을 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