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시장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필수적이다. 이때 단순히 국내 수요를 넘어, 글로벌 차원의 수요가 창출되어야 기술은 더욱 폭넓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기술이 전 세계 다양한 시장에서 채택되고 사용될 때, 비로소 그 기술이 가지는 진정한 가치를 실현할 수 있게 된다.
얼마 전 홍릉 강소연구개발특구의 치매 치료제 개발 기업 큐어버스가 유럽 제약사와 3억 7000만 달러 규모의 기술 이전 계약을 성사시키며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큐어버스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출자한 연구소기업으로, KIST는 창업 초기부터 기술개발을 지원했고, 기업은 투자 유치를 통해 추가 기술개발과 사업화를 위한 동력을 마련하였다. 공공연구기관의 기술력, 기업의 사업화 전략이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시너지를 극대화시킨 결과로 연구개발특구만이 가지고 있는 기술사업화 모델의 대표 성공사례로 볼 수 있다.
1973년 대덕연구단지로 시작한 연구개발특구는 현재 전국 19개의 지역으로 확장되어 공공기술사업화와 창업을 지원하며 지역 경제와 국가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혁신 클러스터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미국 대선을 계기로 주요 국가들의 정책 변화와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글로벌 경쟁 구도를 재편하고 있으며, 인공지능(AI), 양자기술 등 ‘게임 체인저’ 기술의 부상은 새로운 경제 질서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연구개발특구가 글로벌 혁신 클러스터로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더욱 진일보해야 한다.
이에, 첫 번째 전략은 연구개발특구를 딥테크 산업화 전초기지로 육성하는 것이다. 딥테크 분야는 미래 산업의 핵심 원천 기술로 기존 기술의 개선을 넘어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이는 산업 생태계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며, 시장의 판도를 바꿀 잠재력을 지닌다. 이를 위해 딥테크 연구가 활발한 출연연과 과기특성화대학을 중심으로 딥테크 창업을 확대하고, 창업 초기 단계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한 기업(born global)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전략은 글로벌 펀드 조성과 투자 유치의 확대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은 2006년부터 현재까지 연구개발특구 내 기술 창업과 사업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총 5088억원(누적) 규모로 연구개발특구 펀드를 조성·운영하며 지역의 기술금융 생태계 조성에 기여해왔다. 앞으로는 딥테크 분야의 특성을 반영하여 보다 모험적으로 투자하고, 투자한 기업을 중장기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글로벌 지향형 신개념 펀드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혁신기관과의 전략적 네트워크 구축이다. 연구개발특구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연구기관, 대학, 기업과 협업하여 공동 R&D, 현지 실증 및 사업화, 글로벌 마케팅을 아우르는 지속 가능한 협력 플랫폼을 구축·운영하고,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 지원과 해외 투자자와의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다양한 네트워크 활동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 50여년 동안 과학기술로 대한민국 경제 성장을 견인해 온 연구개발특구는 지난해 11월 대덕특구 50주년 미래비전 선포를 시작으로 글로벌 혁신 클러스터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딥테크 분야 집중 육성, 글로벌 펀드 조성, 해외 네트워크 강화와 같은 전략을 통해 연구개발특구가 미래 세계적인 기업들의 출발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희권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
nbgkoo@heraldcorp.com

